23일 포항에서 열린 금속노조 결의대회에 참가한 영남권 조합원들이 노동부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지난 23일, 포항에서 ‘금속노조 영남권 간부결의대회’가 개최됐다.
진방스틸 자본의 두 차례의 불법적 정리해고와 3년간 계속된 노동탄압을 박살내기 위해, 노동부 포항지청의 일방적 사용자 편향 노동행정을 규탄하기 위해,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서도 경주, 구미, 대구, 부산양산, 경남지부 간부대오와 포항지부 조합원 600여명이 포항시청 앞에 모였다.
바로 이틀 전 구미 KEC 집회에서도 본 영남권 간부동지들의 얼굴은 피곤한 기색도 아니고, 짜증 섞인 표정도 아니었다. 결의대회를 앞두고 삼삼오오 그늘을 찾아 모인 간부동지들은 “역시 금속노조다! 엊그제 그 더운데도 집회하고 오늘 또 하는데도 모이는 것 보라”며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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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간의 단식농성으로 수척해진 이기형 진방스틸 지회장이 노동부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
결의대회 대회사에 나선 김봉윤 부위원장은 “영포회니 뭐니 해서 요즘 포항사람들이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데, 포항의 노동자들이 진짜 권력이라는 것을 오늘 투쟁을 통해 확실히 보이자”며 역설했다. 17일 째 단식농성을 진행 중이던 진방스틸 이기형지회장은 “법원도 인정한 부당노동행위인 정리해고를 노동부와 노동위원회는 정당한 해고라고 하고 있다”며 노동부를 규탄했다.
민주노총 경북본부 이전락 본부장은 “경북이 노동탄압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경주의 발레오만도, 포항의 진방스틸과 DKC, 구미의 KEC 등 금속노조 경북지역 사업장에 대한 자본의 탄압, 정권의 탄압이 무섭게 몰아치고 있는데, 이는 이명박의 고향이 이곳 경북 포항이기 때문이고, 전 청와대 고용노사 비서관 이영호가 포항 출신이어서다. 경북지역 금속노조 씨를 말리려는 저들의 탄압에 더 강고한 투쟁으로 맞서자”며 진방스틸과 DKC에 투쟁기금을 전달하고 힘을 실어 주었다.
결의대회 후 노동부 포항지청까지 약 30분간 이어진 행진에서 경찰은 1차로 이상을 절대로 내줄 수 없다는 듯 행진대열 옆을 바짝 붙어 원활한 행진을 방해했다. 이에 집회대오는 포항의 교통요충지인 대잠사거리에서부터 노동부까지 행진대열을 1열로 세우고 행진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당황한 경찰이 합법적 집회신고가 이루어진 차로를 오히려 차단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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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집회를 마무리하며 참가자들이 '근로기준법'이 적혀있는 모형물을 불태우고 있다. |
노동부 포항지청 앞에서 개최된 마무리집회에는 플랜트건설노조 포항지부 조합원 100여명이 연대해 함께 “노동탄압 공범 노동부를 해체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구미지부 김준일 지부장은 투쟁발언에서 KEC지회 투쟁상황을 상세히 전하며, “직장폐쇄를 해놓고 조합원을 회유, 협박하며 노조를 파괴하는 작태를 이제는 끝장내야 한다. 우리가 그렇게 하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근로기준법 상징물에 대한 화형식을 끝으로 집회가 마무리 되려는 시점, 어디서 날아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수백 개는 족히 되어 보이는 계란이 노동부로 날아들었다. /포항=이상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