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자본의 인권유린 행태가 극에 달했다. 구미의 KEC에서는 여성노동자들이 자고 있는 기숙사에 용역깡패들이 난입해 폭행과 성폭력을 자행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에 민주노총, 금속노조, 진보정당, 여성단체는 7일 오전 10시 양재동 KEC홀딩스 앞에서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KEC 사측의 반인륜적, 반여성적 행태를 고발하며 즉각적인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임신 3개월 여성노동자도 폭력적으로 끌어내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가 파업 투쟁을 진행하던 지난 6월30일 새벽 1시 40분 경 사측은 400여명의 용역깡패를 투입해 여성노동자들을 기숙사 밖으로 내쫓았다. 지회 한 조합원은 기자회견에 참석해 당시의 끔찍했던 상황을 생생히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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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7일 서울 KEC홀딩스 앞에서 6월30일 KEC사측 용역깡패들이 저지른 KEC지회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성폭력과 임산부 조합원 폭행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신동준 |
용역깡패가 들어왔다는 소리에 급하게 옷을 챙겨 입고 건물 1층으로 내려온 조합원들은 정문으로 나가겠다고 했지만 용역깡패들은 이미 직장폐쇄가 됐으니 후문으로 나가라고 조합원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몸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증언을 한 조합원이 저항하자 여성 용역이 두 다리를 들고 뒤에서 남성 용역이 가슴을 움켜잡고 끌고 가기 시작했다. 그 때 다리를 잡고 있던 여성 용역이 “여성이다”라고 남성 용역에게 알려줬고 조합원도 완강히 거부했지만 남성 용역은 행위를 멈추지 않고 조합원을 끌어냈다.
당시 용역깡패에 의해 끌려나온 조합원 중에는 임신 3개월인 사람도 있었다. 이 조합원은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리면서 만지지 말라고 요구했지만 용역깡패들은 완력으로 임산부를 끌어내는 만행을 저질렀다. 결국 조합원들은 자신의 짐 하나로 챙기지 못한 채로 용역깡패들에게 온갖 욕설과 폭행을 당하며 기숙사 밖으로 쫓겨났다. 지회 조합원은 “쫓겨나와 서쪽 후문에 모인 조합원들은 서로 서러움과 수치심에 끌어안고 울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의 심정을 전했다.
지난 달 30일 이후 조합원들은 공장 밖에서 8일째 철야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사무실은 물론이고 기숙사도 용역깡패들이 지키면서 조합원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조합원들은 농성장이나 주변 친구 집을 전전하며 생활하고 있다. 조합원에 따르면 현재 하루 1시간씩 조합원들 5명씩 조를 짜서 기숙사에서 물건을 빼내오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숙사에 들어갈 때는 용역깡패 2명이 따라가고 방문도 닫지 못하게 한 채 감시 속에 짐을 챙기게 한다고 전했다. 지회 조합원은 “기숙사는 우리 집이다. 우리 집에서 용역깡패들은 당장 나가고 우리가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노하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노총 노우정 부위원장은 “파업을 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했다는 것만으로 청춘을 바쳐 일한 여성 노동자들의 인권이 유린당하고 성폭력, 폭행을 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정부와 사측이 나서서 빠르게 진상규명을 하고 조합원들에게 즉각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노동자들 신고전화는 받지도 않고 사건 처리 완료?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경찰에 구조 요청을 했음에도 신고조차 받지 않고 수수방관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여성노동자들은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욕설과 폭력에 지옥과 같은 공포감과 수치심을 견뎌야 했다”며 경찰과 정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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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역깡패들의 난동과 폭행을 경찰 112에 신고했으나 경찰은 오지도 않고 사건을 처리, 완료했다는 문자만 신고자에게 보낸 사실을 KEC조합원이 문자메세지 내용과 통화내역을 공개하며 폭로하고 있다. 신동준 |
지회 조합원은 용역깡패 난입 당시의 통화기록을 공개했다. 조합원들은 새벽 2시 8분 경 처음 신고전화를 했지만 경찰은 나타나지 않았다. 2번째 전화를 걸었지만 ‘KEC’라는 것을 듣자마자 전화를 끊어버렸다. 3번째 전화부터는 아예 받지도 않았다. 그리고 모든 조합원이 기숙사에서 내쫓긴 이후 새벽 4시 30분 경 경찰에게서 “신고하신 사건을 처리 완료했다”는 문자가 왔다. 이 사실을 공개한 조합원은 “도대체 무슨 사건을 처리했다는 것이냐. 이외에도 여러 조합원들이 경찰에 신고 전화를 했지만 경찰은 우리 앞에 나타나지도 않았다”며 분노했다.
사태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폭력사태에 대한 처벌을 받은 사람도 아무도 없다. 진보신당 심재옥 여성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한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이명박 정권의 정책이 배경”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철저히 조사하고 노동부 관계자들 또한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사측에 ▲용역깡패들이 자행한 반인륜적, 반여성적 성폭력과 폭행 즉각 사과 ▲용역 철수 ▲조합원 자유로운 출입 허용 등을 요구했다. 또한 경찰이 즉각 나서서 미신고된 용역업체를 수사하고, 용역깡패의 성폭력, 폭력행위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