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일을 하던 중 기계에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계속 일을 하면 사고가 발생해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는 상황. 노동자가 사고예방을 위해 기계를 멈추고 작업을 하지 않았다면 이것은 범죄인가?
수원지방법원이 지난 5월 19일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측에 기계 이상을 해결하라고 촉구하며 1시간 가량 작업을 중지한 노동자를 회사가 업무방해로 고소한 사건을 무죄로 판결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이번 판결은 재해 위험성을 판단해 노동자가 행사한 작업중지권의 정당성을 입증한 것으로, 이에 대한 회사의 징계, 고소고발 등 부당한 조치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6월 10일 오후 6시 경 화성 1공장 하체3반 작업장에서 컨베이어에 실려 온 연료탱크가 리프트에 실리는 과정에 약 30도 정도 기울어져 불안전한 상태로 이재되어 차체 하부에 매달린 금속밴드가 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를 발견한 노동자가 비상스위치를 누르고 라인을 중단시켰다. 회사 관리자와 노동자 측 산업안전보건위원 등이 현장에 와서 원인 파악 및 대책 마련을 논의하던 중,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오후 6시 30분 경 생산주임이 라인을 재가동 시켰다.
당시 작업장에 있던 문 씨는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할 수 없다며 하체3반 40여명 작업자들을 분임 토의장으로 가도록 해 오후 7시 30분 경까지 약 1시간 정도 작업을 중지시켰다. 이에 회사 측은 작업 중단으로 인해 쏘렌토 R 차량 28대 시가 7억 2천 7백만원 상당의 생산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며 문 씨를 업무방해로 고소했고,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이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한 상태에서 작업자가 부주의하게 작업을 계속할 경우 금속밴드가 부러지거나 작업자가 다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고 위험성이 있는 상황에서 작업자들에게 작업 중단을 지시한 문 씨의 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문길주 노동안전보건부장은 “현장에서 기계에 이상이 있는지 알 수 있고, 이상이 있을 때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 또한 사업주들이 아닌 노동자들이다. 안전 상태는 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며 “노동자가 직접 안전사고의 정확한 해결을 요구하며 작업을 중지시킨 것에 대해 정당한 행위라고 확인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금속노동자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