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아산공장 하청업체가 성폭력 가해자는 처벌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인 비정규 여성에게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며 3개월 감봉 및 시말서를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2009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하청업체인 금양물류 소속의 한 비정규 여성 노동자는 관리자 2명으로부터 수차례 언어-신체적 성폭력을 당했다.
금양물류 0조장은 2009년 피해자에게 “우리 둘이 자고 둘만 입 다물면 누가 알겠냐”, “사랑한다” 등의 문자를 보내왔다. 이 조장은 이후 사건이 공론화되자 “밤길 조심하라”며 협박했다. 또 금양물류 0소장은 2009년 6월 “너희 집에 가서 자고 싶다”며 밤에 수차례 전화를 걸어왔다. 또 회식자리와 작업도중 “이년아” 등 욕설을 일삼고 작업도중 엉덩이를 무릎으로 치는 등 육체적 성폭력도 서슴지 않았다.
피해자는 이후 직장동료에게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놓으며 호소했고, 이를 알게 된 금양물류는 가해자 징계절차는 무시한 채 피해자에게만 3개월 감봉과 시말서 제출을 요구했다. 더욱이 금양물류 사장은 피해자가 전화통화 내용을 녹취한 것을 두고 “녹취는 불법이기 때문에 당신이 불리하다”며 피해자를 협박하고, 가해자를 두둔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12월 금양물류는 피해자가 동료에게 사건을 알려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며 징계했다. 징계를 결정한 인사위원회에는 가해자가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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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현미 노조 부위원장이 성폭력에 노출된 여성노동자 실상을 우려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강선화 |
이 같은 사실은 피해자가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지회장 송성훈)에 가입하면서 드러났다. 지회는 3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비정규 여성 노동자에게 성폭력은 일상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며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를 위한 명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욱이 이번 사건이 지위를 이용해 약자에게 가해진 성폭력 사건인 만큼 원청인 현대자동차도 책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불법파견 대법판결이 있음에도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는 점과 사건이 일어난 공장에서 단 한 차례도 성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
기자회견에서 금속노조 김현미 부위원장은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것도 억울한데 많은 여성이 공장에서 차별과 성폭력을 받고 있을지 상상만 해도 기가 막히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사내하청, 그리고 남성과 여성 등 차별구조 속에서 여성은 고통 받을 수밖에 없다”며 한탄했다.
또 민주노동당 최은미 최고위원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지난해 현대자동차 당기순이익 중 5%만 있으면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불법파견으로 인한 고용차별이 원인인 만큼 현대자동차가 직접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지회는 책임자 처벌과 아산공장 공장장 사과 요구를 담은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했다.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는 “사건 발생 후 명확한 진상조사는 커녕 성희롱을 당한 피해자에게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명백히 불법적 행위이며, 상식적으로도 납득되지 않는 조치”라며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