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오프제 시행으로 올해 임단협 노사갈등이 유독 극심한 가운데서도 지역사회 공헌과 취약계층 보호 등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노사 의견일치가 잇따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가 27일 현재 지역지부 집단교섭 진행상황을 확인한 결과 대구, 경주, 포항, 울산, 전북 등 5개 지역지부에서 이 같은 내용의 노사 합의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지부(지부장 채장식)는 지난 19일 지역사용자협의회와의 18차 교섭에서 “20011년 1월 1일부터 회사는 조합(지회)이 지역복지기금으로 부담하는 금액과 동일한 금액을 출연한다”고 합의했다. 이 기금은 지역의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장애인 등 소외계층 지원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된다.
포항지부(지부장 황우찬)도 지난 6월 21일 사측과 사회복지기금을 조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포항지역 노사는 조합원에게 지금하는 월급 중 1천원 미만 단위 금액을 일괄 공제하고, 회사쪽도 같은 금액을 출연해 기금을 모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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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월 금속노조 12차 중앙교섭에 참석한 지부장들이 사용자협의회 제시안을 살펴보고 있다. 신동준 |
전북지부(지부장 박정규)는 지난 6월 24일 지부집단교섭에서 “사용자는 상품권 지급 시 지역 재래시장 상품권을 우선 고려한다”고 합의했다. 지역 재래시장 발전을 도모해 서민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대표적인 취약계층인 여성노동자 보호를 위한 합의도 눈에 띈다. 경주지부(지부장 한효섭)는 지난달 9일 16곳 사용자와의 집단교섭에서 “임신기간 16주 미만의 유사산일 경우 10일의 유급 보호휴가를 부여한다”고 합의했다. 포항, 울산, 전북지부도 16주 미만 유사산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기간의 유급휴가를 보장하는 합의들을 이뤄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16주 이후 유산에 대해서만 유급휴가를 주도록 돼 있다.
노동자 휴일 및 공민권 보장도...건강권 확보까지
노동자에게 휴일과 공민권을 안정적으로 보장해 주는 노사합의도 관심을 끌고 있다. 포항지부는 “유급휴일이 휴일과 중복될 때는 대체휴가를 부여하고 그 날은 유급으로 한다”고 합의했다. 대구지부는 “5월 1일 노동절이 주휴일(일요일)과 겹칠 때 다음날은 유급휴일로 한다”고 합의했다. 경주지부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할 시 해당자 유급휴가 인정”에 덧붙여 “지자체장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 주민소환 투표에 대해 2시간 이내 유급 인정”도 합의해 ‘선거권’을 확보했다.
노동자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한 합의도 있었다. 전북지부는 “회사는 WHO 또는 국가에서 지정한 신종전염병 발병 시 노동자들에게 무상으로 백신접종을 제공하며, 의료기관의 확진 판정 시 공휴일 포함 7일간의 유급휴가를 준다”고 합의했다. 지난겨울 많은 노동자들이 신종플루에 감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유급휴가조차 주지 않아 임금이 깎이면서 쉬어야 했었다.
금속노조 이재인 단체교섭실장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조합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넘어 지역 미조직 노동자들과 소외계층을 위해 교섭과 투쟁을 벌이고 있다”며 “특히 반서민, 반노동자 정책을 강행하는 이명박 정부에 맞서 금속노조의 이 같은 노력은 계속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27일 현재 금속노조 14개 지역지부 중 9곳은 아직 의견일치를 이루지 못했으며, 추석연휴 전 타결을 목표로 교섭과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지부집단교섭은 노조 지역지부와 그 반대편인 지역 사용자들이 집단적으로 벌이는 이른바 ‘지역교섭’으로 모두 1백 25개 사업장 3만2천 여 명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