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고속 성장신화 이면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들이 폭로된 토론회가 개최돼 눈길을 끌었다. 16일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와 야4당은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현대차그룹의 전횡적 경영구조와 불공정거래의 실태 및 대안 모색’이라는 제목의 대토론회를 함께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2백 90석 대부분이 찼으며 언론사 기자들도 대거 취재해갔다. 현대차 사측도 참가해 방청석에 앉아 있기도 했다. 중소하청업체에 대한 납품단가인하 문제제기를 비롯한 상생협력 프로그램 등을 언급하며 ‘청와대’까지 나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요즘. 이날 토론회에서 어떠한 이야기들이 나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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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16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현대차그룹 전횡적 경영구조와 불공정거래 실태 및 대안 모색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신동준 |
이날 토론회 발제는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회계사)과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상임연구위원이 맡았다. 채 위원은 주로 현대차그룹이 자행하는 △회사기회유용 △지원성거래 △부당주식거래에 치중해 자료를 발표하면서 이를 ‘문제성 거래’라고 폭로했다.
“문제성 거래로 큰 현대차그룹”
채 위원은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산업과 직결돼 있는 새로운 사업기회를 총수일가들이 다 가져가 사적 이익을 취하는 회사기회유용”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 위원은 “총수일가 지분률 30%를 넘는 회사의 관계사 매출 비중을 30% 초과하게 거래를 하고 있다”며 “이를 물량몰아주기 지원성거래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채 위원은 현대차그룹이 △신주나 전환사채 발행 뒤 총수일가가 저가로 인수해 지분률을 높이면서 다른 주주에게 손해를 입히고 있고 △계열사 주식을 낮은 가격으로 총수일가가 사거나 총수일가 보유 주식을 높은 가격으로 팔고 있으며 △사업연관성이 없음에도 총수일가 출자 회사에 금전적 지원을 하게 하는 등 부당주식거래 사례도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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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회계사)이 '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통해 본 편법적 경영승계'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신동준 |
문제는 이러한 ‘문제성 거래’에 대해 어떠한 감시감독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 채 위원은 “한국기업의 이사회가 독립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때문에 총수일가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11곳을 토대로 정몽구 회장 일가가 현대차그룹 전체를 지배하게 됐다는 것이다. 많은 돈 들이지 않고서도 정씨 일가가 큰 기업그룹 전체를 소유할 수 있는 구조인 셈. 그리고 현재 현대차그룹은 정몽구->정의선 경영권 승계작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채 위원의 설명이다.
“자식 주식물려주기 자금마련 착착”
채 위원은 “경영권 승계는 주식과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이며 “정의선이 현대차 기아차 모비스 등의 이사로 선임돼 있다는 점에서 이미 경영권 상속은 사실상 끝난 셈”이라고 말했다. 남은 건 주식 물려주기. 채 위원은 “세 가지 문제성 거래를 현대차그룹이 자행하는 이유가 바로 주식 물려주기를 위한 자금마련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금속노조 이 위원은 △계열사 물량몰아주기 △중소기업 납품단가 후려치기 △무분별한 비정규직 고용 △소비자 우롱하는 판매가격 차별화 등이 현대차 성장에 가려진 비밀이라고 강조했다. 계열사 물량몰아주기에 대해 이 위원은 “비상장회사를 키운 뒤 상장하여 지분 팔아 돈 챙기는 원리를 그룹이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 위원은 “중소기업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이제 2~3차 하청업체에 전가되고 있는 게 실정”이라며 “한 부품업체 인터뷰에서 회사가 2백억원 후려치기 받았고 2~3차 업체에 180억원 떠넘길테니 노조에서 눈감아달라는 이야기도 들었을 정도”라고 폭로했다. 출혈경쟁에서 살아남은 자만 적자생존하는 구조가 중소기업 구조인 셈. 이 대목에서 이 위원은 “그 동안 노조가 무엇을 했는지, 또한 중소기업연합회나 협의회가 무엇을 했는지부터 반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계열사가 이제 2~3차 하청업체를 착취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 셈.
2백억원 후려치기, 2~3차에 180억원 떠넘기기?
특히 이 위원은 “2008년 2월 치 현대차 동일 근속연수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을 비교해보니 1만 명 비정규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도 인건비 1천3백억원이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이는 정 회장이 지난 2007년 항소심 공판에서 약속한 7년간 8천4백억원 사회공헌기금만 출연해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이 위원은 지난 10년간 현대차그룹의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그리고 현금보유율을 밝히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책임과 투자를 그룹이 방기해왔다”며 “특히 생산직 지표 증가수치는 상당히 떨어지며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대체해왔다”고 강조했다. 모비스와 동희오토처럼 정규직 0명 사업장 문제도 그룹이 책임있는 태도만 보이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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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호 노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현대차그룹 성장신화 이면에 가려진 불공정거래의 실상과 정책대안'이란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신동준 |
마지막으로 이 위원은 “현대차가 국내소비자를 이익실현을 위한 '봉'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국내외 판매가격 차별화 문제를 폭로했다. 그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해외시장점유율 향상을 위해 출혈할인과 저가판매에 집중하면서 그 적자를 국내 시장에서의 엄청난 폭리로 메우고 있는 것이다. 이 위원은 “2004년부터 지금까지 국내 판매가격이 매년 7~23% 뛰었다”며 “심지어 폐차지원금을 받던 금융위기 때 현대차그룹은 그 득을 보면서도 가격까지 인상해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위원은 최근 10년간 국내외 판매가격 인상폭이 70%대와 20%대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한국 시장에서의 독과점적 지위를 악용한 부도덕한 행태”라고 꼬집기도 했다.
“고용책임 방기한 현대차그룹”
이날 토론회에는 특히 곽정수(한겨레21 기자), 백필규(중소기업연구원 인력기술실장), 이상훈(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변호사), 이종탁(산업노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홍종학(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소장) 등이 토론자로 참가해 주목을 받았다. 토론자 모두 앞선 두 발제 주장에 사실상 공감을 표했다. 다만 토론자들은 금속노조 등 노동조합의 역할을 추가로 강조하고 나서 관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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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론회 공동주최자인 박선숙 민주당 의원(사진 왼쪽)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신동준 |
곽정수 기자는 “노동조합도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시점”이라며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역할이 빠져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의 이상훈 변호사도 “재벌문제 이슈를 제기하고 있는 금속노조 사업은 긍정적”이라며 “정몽구와 현대차가 살아야 우리나라가 산다는 여론을 돌릴 수 있는 여론사업도 필요하다”고 노조에 주문했다. 이 변호사는 “현대차노조만 바뀌면 주식이 2배로 뛴다는 논리에서 현대차 경영문제만 해결되면 그게 2배로 뛴다로 대체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이종탁 연구원도 “현대차 지배구조와 순환출자를 통해 벌어들인 이윤을 정규직노동자에 일정부분 분배하는 현재 구조부터 깨야 한다”며 “현대차그룹은 노사관계에 있어 이미 탈기업적 관리를 하는 반면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아직 탈기업적 사고를 못하는 모순을 노조가 먼저 극복해야 한다”고 이어 붙였다. 경실련 홍 소장은 “노동자와 소비자 연대가 절실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벌문제 이슈제기 노조역할 긍정”
이날 토론회 때 참가자들은 △회사기회유용 △부당주식거래 △계열사 물량몰아주기 지원성 거래 △중소기업 납품단가 후려치기 △무분별한 비정규직 고용 △소비자 우롱하는 판매가격 차별화 등 현대차그룹의 어두운 이면을 사실상 죄다 쏟아냈다.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은 있을까? 각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이와 관련해 다양한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 대안들에 현대차그룹이 귀를 기울일 지는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채 위원은 “도둑질하다 갑자기 착한 마음이 들기를 기대하는 심정”이라고 비유했다. 결국 관건은 법제도 개선과 노동조합의 실력행사에 달려있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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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론회 공동주최자인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사진 왼쪽)과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신동준 |
이에 대해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오늘 토론회 결과는 나의 정무위 상임위 활동을 통해 반영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도 “곧 정기국회를 앞두고 있다”며 “정당이 할 일이 무엇인지 오늘 토론회 때 분명히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박유기 노조위원장은 “이 문제는 현대차가 대한민국의 건전한 자본으로 거듭나게 할 것인지 끝까지 부자세습을 관철하게 방치할 것인지의 문제”라며 “앞으로 금속노조가 할 일을 다 할 것이며 실력으로 보여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노사관계와 자본주의 거래질서 정점에 있는 현대차그룹. 앞으로 현대차그룹을 향한 문제제기 방향이 어디로 갈 것인지 관심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