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6.06.02 06:30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야단법석은 지나갔다. 삼성전자 성과급을 두고서 한바탕 소란하더니 타결 이후 이 나라는 조용해지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성과급이 문제다. 나는 오늘도 성과급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씨름하고 있다.
5월27일 오후 나는 상대방인 피고의 소송대리인에게 원고측 상황을 설명하면서 사정해야 했다. 노조가 사측과 소송비용 문제를 정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재판 진행을 최대한 늦춰달라고 주문했던 사건들 중 하나가 이날 오후 재판이 있었다. 조합원들이 집단적으로 소송한 사건이 하급심에서 승소한 뒤 원고 백아무개씨가 뒤늦게 소송을 한 사건이었다. 당연히 승소를 기대하고서 재판해 왔다. 그런데 대법원이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한 여러 사업장의 성과급 사건에 대해 판결하는 것으로 보고서 기대가 사라져 버렸다. 서울고등법원에서 이 사업장 성과급은 근로의 대가인 임금이고 평균임금에 산입돼야 한다며 노동자들의 퇴직금 청구를 인정했다. 그 뒤 원고 노동자들은 대법원이 사측의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을 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졸지에 대법원에서 최근 성과급이 근로의 대가인 임금이 아니라면서 서울고법 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해 버렸다. 수년을 소송한 조합원들과 소송을 기획·추진한 노조는 날벼락을 맞았다. 낙담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고법에서 다시 재판을 해봐야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판결할 테니 결과는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조합원들의 소송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노조는 사측과 협상해 왔다. 하지만 그것도 만만치 않아 노조는 재판을 미루면서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 사업장뿐이겠는가. 성과급에 관한 대법원 판결 때문에 하급심에서 이겼던 사건을 하루아침에 지게 된 것이. 원고 노동자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그들에겐 삼성전자에서 성과급 타결 소식은 딴나라 이야기로 들린다.
2. 대단하게 떠들어 댔다. 삼성전자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자 성과급이 임금으로 평균임금에 산입돼 노동자들이 퇴직금 등을 더 지급받는다고. 이에 따라 사용자 기업은 커다란 부담을 지게 됐다고. 요란했다. 마치 성과급에 대해서 대법원이 전면적으로 임금·평균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하기라도 한 것처럼 떠들썩했다. 언론이 전한 대법원 판결 소식을 접했던 노동자들은 흥분했다. 나조차 처음엔 대법원이 성과급을 임금·평균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줄 알았을 정도니, 노동자들이 그렇게 반응했던 것은 당연했다. 성과급이 포함된 평균임금을 가늠해 보면서 사업장마다 들끓었다. 소송을 하겠다고 상담했고, 많은 사업장에서 소송을 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어렵겠다고 했는데도 소송해 달라고 하니 변호사로서 나는 여간 난감한 것이 아니다.
대법원은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받아온 성과급 중 극히 일부만 인정하고, 성과급의 대부분은 임금·평균임금으로 인정해 주지 않았다. 노동자의 업무 실적 등을 평가해서 지급하는 것이 아닌 전적으로 회사 영업이익 기준으로 지급하는 것이면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하지 않고, 따라서 퇴직금 등의 지급기준인 평균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무늬만 성과급제가 아닌 그야말로 완전한 성과급제 형태를 취하고 있어서 영업이익 등 회사 실적과 무관하게 개개인 업무 실적에 따라 지급하는 경우라면 문제 되지 않는다. 하지만 호봉제 등 연공급제, 무늬만 성과연봉제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이 나라에서 성과급은 거의 대부분 회사가 영업이익 등 이익 실현을 전제로 노동자에게 지급하고 있다. 그러니 삼성전자 성과급에 대한 대법원 판례는 이 나라에서 노동자가 지급받는 성과급은 거의 대부분 근로의 대가인 임금이 아니고, 평균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선언한 것이다.
3. 이렇게까지는 아니었다. 삼성전자 성과급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는 이 나라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영업이익 등 회사 실적 내지 평가를 기준으로 지급하는 것이라도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정기적, 계속적으로 지급하는 성과급은 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 평균임금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주장해서 나는 법원에서 판결을 받아낼 수 있었다. 법원은 사용자가 지급하는 금품이 정기적, 계속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것이라면 근로의 대가로 자급하는 임금이라고 판시하면서 각종 수당 등을 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해 왔다. 그렇기에 성과급도 마찬가지로 판단해야 한다고 나는 소송했고 판결을 받았던 것이다. 대표적인 사건을 들자면 공공기관은 대한주택보증공사·한국공항공사의 경영평가성과급 사건이고, 민간사업장은 한국유리 그리고 앞에서 말한 지난주 재판한 사업장의 성과급 사건이 있다. 모두가 원고 소송대리인으로 내가 소송해서 판결을 받았던 사건들이기에 주장과 판결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성과급을 달리 취급할 것이 아니라, 임금의 의의 내지 판단기준에 관한 법리를 차별 없이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판결한 것이었다.
근로기준법에서 임금이란 명칭 불문하고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금품 일체라고 정의하고 있다. 지급기준을 정해놓고서 그 기준에 따라 정기적, 계속적으로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것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것이어서 임금이라고 이 나라 법원이 수십년 동안 수만·수십만 사건 판결을 통해서 판례 법리로 정립해 왔다.
그런데 느닷없이 이번에 성과급을 두고서 돌변했다. 대법원은 영업이익 등 회사 실적은 근로의 대가와 전혀 상관없는 것으로 취급하고서 이를 기준으로 하는 성과급은 임금이 아니라고 판결한 것이다.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금품은 그 노동자가 사업장에서 자신을 위해서 근로를 제공하는 자이기에 지급하는 것이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노동자로 일하고 있기에 사용자가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니 결국 자신이 해당 사업장의 노동자로 일해서 성과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원칙적으로 사업장에서 사용자에게 지급받는 금품은 모두 근로의 대가인 임금이라고 볼 수 있다. 적어도 근로계약·단체협약·취업규칙·노동관행 등으로 지급기준을 정하고 있어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인정된 금품은 근로의 대가로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이라고 봐야 마땅하다. 이처럼 지급기준이 정해져 있고 지급의무가 있는 금품은 임금인 것이니 정기적, 계속적으로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지급하도록 정해진 금품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이라고 법원이 파악하게 된 것이다. 바로 이것이 수십년 동안 이 나라 법원이 수많은 사건에 관한 판결을 통해서 세워온 임금에 관한 법리였다. 바로 이런 법리를 부여잡고 확장시켜 나는 10여년 전부터 영업이익 등 회사 실적 내지 평가를 기준으로 지급하는 성과급을 임금·평균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해서 소송해서 판결을 받아냈던 것인데, 졸지에 무너져 버렸다. 삼성전자 성과급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성과급을 다른 금품과 다르게 취급해 영업이익이라는 근로와 무관한 기준에 따라 지급하는 성과급을 임금이 아니라고 판결하고, 그 무렵 다른 사업장의 성과급도 마찬가지로 판결하면서 대법원의 판례 법리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그 뒤 선고한 각급 법원 판결은 대법원 판례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렇게 오늘 노동자의 업무 실적이 아닌 회사 영업이익 등 회사 실적 기준으로 지급하는 성과급은 그 지급기준이 정해두고서 그 기준에 따라 지급하더라도 근로의 대가인 임금이 아니라고, 이것이 이 나라의 법이라고 법원이 선언하고 있으니 문제다. 노동자의 임금권리를 두고서 이 나라에서는 이렇게 법적으로 성과급이 문제인 것이다.
4.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하나. 오늘 이 나라는 성과급이 문제인데, 노동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법원 판결에 좌절한 채 주저앉아 있어야 할까. 노동자권리가 법원의 판결 외에는 확보할 수가 없는 것이라면 대법관, 판사들을 욕해대는 것 말고 무엇을 하겠는가마는 이 나라, 이 세상의 법은 그렇게 노동자에 무심하지 않다.
법원 판례가 성과급을 아주 예외적으로만 임금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지 이 나라에서 노동자가 성과급에 관한 요구와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 이 나라에서, 오늘 이 세상에서 법은 말한다. 국가가 법으로 주는 권리에 안주하지 말고 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라고 말이다. 국가는 최저기준을 보장하니 그보다 나은 권리를 노동자 스스로 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헌법은 노동자에게 단결권·단체교섭권, 그리고 단체행동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등 법률은 노조를 조직해서 교섭과 쟁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늘 성과급을 두고서도 그대로 해당한다. 그러니 법원이 노동자의 주장을 외면해도 노동자는 자신의 주장을 요구하는 걸 멈춰서는 안 된다. 성과급을 근로의 대가인 임금이라고 주장하면서 평균임금에 포함시켜 퇴직금 등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권리로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것, 성과급이 임금권리로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나라에서 노동자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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