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 미국의 자동차 회사가 국내 자동차 회사를 인수했다. 정부·노동자는 외국 자본의 먹튀를 우려했다. 회사는 국내시장에서 사업을 유지하면서 고용·지역사회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우려를 잠재웠다. 한국지엠의 이야기다.
2018년, 한국지엠은 군산시에 자리한 제조공장 폐쇄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회사는 낮은 가동률, 대규모 적자 누적 탓에 불가피한 폐쇄라고 설명했다. 정부·산업은행은 한국지엠에 7억 5000만 달러(당시 8100억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회사가 안정적으로 국내 공장을 유지·생산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한국지엠은 2019~2021년에 걸쳐 인천·제주·창원에 자리한 부품물류센터를 순차 폐쇄했다. 핵심 기술연구소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폐쇄·구조조정으로 고용불안을 느꼈고 회사에 국내시장 유지를 위한 내수 강화 대책을 촉구했다.
그러나 한국지엠의 내수 실적은 최근까지 꾸준히 우하향하고 있다. 지난해 회사는 전국 직영 정비소 9곳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노동자들은 더 이상 물러날 곳조차 없다며 폐쇄 반대에 나서고 있다. 직영 정비소마저 내준다면 한국지엠 철수를 방관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외국인투자기업의 먹튀는 국내 노동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준다. 외투자본은 국내시장에 들어올 때 책임경영을 말하지만, 경영사정상 철수해야할 땐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외면하기 일쑤다. 매번 같은 레퍼토리의 반복이었다.
일본계 다국적기업 니토덴코의 한국 자회사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2022년 10월 경북 구미 공장 화재로 생산시설을 잃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이에 따른 경영상 판단으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회사는 화재 이후 공장을 재건하지 않고, 생산 물량을 평택 등 다른 사업장으로 이전했다. 구미 공장은 청산과 동시에 노동자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한국지엠 노동자들은 한국지엠이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외투자본 먹튀 방지법 제정, 한국지엠의 대주주 정부·산업은행에 역할 촉구하고 있지만, 어느 하나 명확히 해결되지 못한 실정이다.
“직영 서비스센터가 사라지면 다음은 어디입니까? 정비 노동자들이 없어지면 다음은 누가 없어질 차례입니까?” 지난달 28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창원지회는 창원 직영정비소에서 회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주장했다. 한국지엠지부는 배수진을 치고 정비소 폐쇄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산은은 외투자본의 뻔한 철수 레퍼토리에 국내 노동시장이 다시 휘청이지 않도록 조속한 조처를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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