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엠본사가 파견한 한국지엠의 사장들은 노조와의 협상에서 단독 체결권이 없는 허수아비 핫바지 사장에 불과하다. 24임단투에서 해고자 복직문제같은 사안조차 모기업의 메리바라회장의 승인을 얻을 정도였으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아마도 노조의 핵심요구안 외에 수많은 부차적 요구안조차도 한국지엠 경영진이 단독으로 결정하지 못할 것이 뻔한 상황인 게 분명해 보인다. 고로 우리는 올 임단투를 통해 노동조합의 협상 대상이 미국 본사의 회장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규정해야할 것이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잠정합의안 부결이후 재교섭이 파경을 맞고있다. 하계휴가와 공사휴업을 합쳐 장장 20여일 만에야 노사가 재교섭 테이블에 마주하였지만 그 기나긴 휴가기간에도 불구하고 수정제시안은커녕 마치 임단투 초기처럼 파업만 지속되고 있다. 사측이 본사로부터 또 어떤 오더를 받았는지 모르지만 재교섭에 느긋한 모양새다. 문제를 하루빨리 풀어나가야할 회사가 이런식이면 무책임을 넘어 회사 망조가 아닌가.
2002년 지엠의 인수이후 점령군행세를 해온 사측이니 여전히 노동조합과 현장직원들을 억압하고 엄하게 다스려야하는 존재로 취급하고 있다. 천하의 강성노조라는 한국의 대기업 노조를 상대로 단 6년만에 군산공장/부평2공장/물류센터 등를 폐쇄하고 그에 따른 노동자 수천명을 구조조정했으니 가히 한국지엠 노동조합을 우습게 여길만도 하다. 국내자본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짓을 초국적자본 지엠은 먹튀협박을 무기로 손쉽게 저질렀다.
그래서 노동조합에게 있어 올해 임단투는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다. 회사가 노조와의 상생협력을 길바닥에 내팽개치는 인식이라면 노조로서도 선택지가 없다. 지엠의 핫바지경영진에 맞서 계속 굴종할 것인가 아니면 지엠 이전의 노동조합 위상을 되찾을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 이번에야 말로 굴종과 패배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우리의 노동조합, 우리의 현장은 계속 수탈당하다 통설처럼 몇년을 못버티고 지엠의 먹튀전략의 희생량이 될 게 불을 보듯 자명하다.
지엠의 시대착오적인 점령군행세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 지엠의 오만과 오판을 바꿀 상대는 노동조합밖에 없다. 한국지엠은 아직 지엠에게 있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황금거위라는 건 자타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노동조합이 지엠의 일방적인 수탈과 착취의 구조를 깨뜨릴 힘과 명분이 있는 지금 지엠의 버릇을 고쳐야 한다. 지엠자본이 더 이상은 한국의 우수한 노동인력과 한국지엠공장을 지들 입맛대로 이용하다 강제 폐기해버리는 작태를 획책하지 못하도록 24임단투를 승리로 마무리해야 하는 것이다.
누누히 말하지만 올 임단투는 공장의 미래를 확보하는 투쟁임과 동시에, 실추된 노동조합과 현장의 자존감을 확보하는 투쟁의 분기점이자 정점이다. 단순한 감정싸움이 아니다. 사실 회사에게는 막대한 이익금에서 쥐똥만큼 내주면 별 탈이 없는 문제지만 우리에겐 그동안 좃뺑이친 만큼, 수탈당한 만큼 대접받지 못한 차별과 착취에서 벗어나는 중차대한 문제다. 24임단투는 그렇게 지엠에게 수년간 강제로 빼앗긴 물질적회복과 정신적 회복을 동시에 이뤄야할 최적기인 것이다.
노동조합은 이점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하며, 어리석은 경영진과 메리바라는 더더욱 이런 폭발직전의 활화산같은 한국 현장직원들의 분노를 직시해야 한다. 과거의 재교섭꼼수의 관행을 당장 버려야 한다. 현장의 기류가 과거와 확연히 다른 까닭이다. 메리바라는 어서 핫바지사장에게 노사 상생의 히든카드를 내주어 조기에 재교섭이 마무리되고 공장이 정상화되도록 힘쓰길 촉구한다. 정신차리고 노사 공생공존과 공사공멸 중 하나를 선택하라!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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