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임단투가 노사의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두 대의 자동차가 서로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충돌 직전까지 핸들을 꺾지 않아야 승리하는 무모한 게임.
치킨게임의 결과는 세 가지다
1. 둘 다 양보하여 서로 적당한 이익을 취하는 경우. 안전한 결과를 낳는다
2. 둘 다 양보하지 않아 큰 손실을 입는 경우. 재앙적 결과를 낳는다
3. 어느 한 쪽만 양보하여 반대쪽이 큰 이익을 보는 경우.
지금이 치킨게임이라면 노동조합의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어보인다.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는 것. 이젠 마지막까지 핸들을 꺾을 수 없다는 것. 노동조합은 지난 시절 너무나 크고 많은 양보를 회사에 해왔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다. 군산공장과 여타 물류센터폐쇄라는 극한의 물적/인적 구조조정을 사측으로부터 일방적, 패배적으로 당했다. 그것은 노동조합의 존립목적을 상실할 정도로 치명상이었다. 자신의 일터와 조합원을 지켜내지 못했다. 노동조합이 노동삼권 즉 단결권과 교섭권, 그리고 단체행동권인 파업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것이다. 역설적으로 그 결과는 작금에 회사가 경영흑자를 이루는 원동력으로 작용됐다. 노동조합의 일방적인 희생과 양보로 인해 회사는 큰 이익을 얻어 지금의 치킨게임의 승자가 됐다.
그러니 결론은 하나다. 이젠 회사가 노동조합에게 양보할 차례라는 것. 천문학적인 경영흑자 속의 양보이니 희생이랄 것도 없고 지난날 노동조합이 당한 '굴욕적인 양보' 또한 아니다. 하여 회사는 경영위기를 빌미로 빼앗아간 단체협약과 임금성 보존 그리고 손해배상격의 노조요구를 통크게 수용하는 것이 옳고 합리적이다. 빼앗아간 것들을 되돌려 주는 게 우선순위이고, 그 외의 요구들은 피해보상격 요구다
요구안의 수용은 회사의 패배가 아니라 회사의 양보로 인해 노사 공히 이익을 얻는 치킨게임의 가장 좋은 결과를 낳는 선택이다. 노동조합의 현 집행부는 올해 양보의 선택지가 없다. 이미 조합원을 위해 모든 걸 각오한 집행부다. 지난 '종이호랑이 집행부' 들과 그 차원이 다르다고 본다. 안규백지부장이 그간 보여준 불굴의 실천의지가 그것을 말해준다. 또한 안규백집행부는 복받은 집행부다. 이렇게 투쟁하기 좋은 여건의 집행부를 찾아보기 어렵다. 벼랑 끝 전술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이제 모든 공은 회사로 넘겨졌다. 위에 적시한 치킨게임의 세 가지 유형과 그 결과를 사측은 유념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측은 '3번항' 의 승자가 되려하는 어리석음이 엿보인다. 또다시 노동조합을 꺾고 승자가 되려는 오만한 태도다. 이번만큼은 그렇게 안 될 것이다. 서로 윈윈게임인 1번항마저 불공평한 처사다. 이젠 오롯이 회사가 양보해야만 할 차례다. 사측의 합리적인 양보로 '공장의 평화' 를 찾느냐, 사측의 탐욕과 노동조합의 사즉생이 결합돼 재앙적 결과를 초래하느냐만 남았다. 이젠 노동조합도, 현장도 이판사판임을 알라. 먹튀할거면 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