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김소연 기자
등록 : 20111117 21:12 | 수정 : 20111118 09:29
한국지엠 부평공장 방문해 노사간 해법 촉구
지엠 “시설투자 2천억원 투입·3조2교대 추진”
» 이채필(왼쪽)고용노동부장관이 17일 오전 경기 부평 한국지엠 공장을 방문해 현장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제공)
17일 오전 인천 부평구 청천동에 있는 한국지엠(GM) 부평공장 회의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국지엠 노사가 마주 앉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7일 완성차업체 노동시간 실태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장시간 노동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밤샘근무에 대해 개선을 촉구한 데 이어, 장관이 직접 자동차회사 노동 현장을 방문한 것이다.
이 장관은 이날 작심한 듯 양복 안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한 자료를 꺼낸 뒤, 노사 양쪽에 장시간 노동에 대한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이 장관은 “근로시간 실태를 보니 한국지엠도 주야 맞교대를 하고 있는데,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일자리 나누기와 기업경쟁력도 약화시킬 것”이라며 “노사가 주간연속 2교대제 등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이 장관은 “밤샘근무로 인해 뇌심혈관계 질환, 수면장애 등 근로자들에게 각종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며 “질병의 조기 발견과 예방을 위해 특수건강진단 대상에 야근 근로자를 포함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수건강진단 제도는 직업병 발생 원인이 되는 화학물질 등 유해인자(177종)에 노출되는 노동자에 대해 사업주가 실시하는 건강진단으로, 검사 결과 이상이 발견되면 의학적 조처와 작업 전환 등 사후 관리를 해야 할 의무가 따른다. 이 장관의 발언은 정부가 밤샘노동을 사실상 ‘유해인자’로 인정하는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국제암연구소는 2007년 ‘심야노동은 납이나 자외선과 같은 2급 발암물질’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야간노동을 하는 노동자는 최소 1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한국지엠 노사도 밤샘노동의 심각성에 공감했다. 한국지엠의 경우, 노동자들이 밤샘노동에 연장근로와 휴일특근을 합해 주당 최소 56시간20분(창원·군산공장)에서 최대 58시간20분(부평·보령공장)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지엠 전영철 부사장은 “장시간 근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00억원가량을 투입해 시설투자를 늘리고 신규 채용을 확대하겠다”며 “일부 공정의 교대제 전환(2조 2교대→3조 2교대)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 부사장은 밤샘노동 개선에 대해선 “노조와 주간연속 2교대 도입에 대해 성실히 대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노조도 이날 따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주간연속 2교대제를 최우선 사업으로 놓고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기 한국지엠 노조위원장은 “노동시간은 줄이되 임금이 보전되고 설비 개선으로 노동강도가 유지되는 주간연속 2교대제가 도입돼야 한다”며 “완성차업체 전체의 문제인 만큼,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완성차업체 노조들과 연대해 개선 노력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장관이 야간근로 개선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며 “완성차업체를 시작으로 다른 업종의 현장 방문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