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터 1년도 안돼 무려 세번째다. 세번째 사건이 일어난 지 벌써 2주째 접어들고 있지만, 아무도 말이 없다. 여성 피해자의 "악" 비명소리 한번에, 남성가해자 김*재사무처장의 사과와 사퇴 표명 그리고 위원장의 투쟁사 ... 이것이 경악을 금할 수 없는 세번째 성폭행사건을 둘러싼 책임 당사자들의 역할이었다.
나머지 금속 노동자 동지들은 무엇이 어떻게 된 건지도 모른채 누군가 심하게 당했고, 성폭행을 한 정신나간 사무처장은 사퇴를, 위원장은 사태를 조기 수습하고 투쟁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 또 그런 일이 벌어지더라도 또 이렇게 처리되겠지 하면서 말이다.
노동자의 분열은 곧 죽음이요, 단결은 투쟁을 통해 이루어지고 또 강화된다.
근데, 이번 투쟁을 통해 과연 우리 15만 금속노동자가 하나로 똘똘 뭉치고 대오가 더욱 굳건해지는 계기가 될까? 길을 가는 그 누구라도 붙잡고 물어보면 "no" 이다. 꼴통 보수 정권과 자본이 우릴 분열케 만들었다면 강력한 투쟁은 영약이 될 것인데, 이번은 우리의 지도부 임원이 여성활동가를 강간하려다 들통난 경우다. 파렴치한 범죄행위로 우리 내부에 균열이 간 것이고, 이런 사건이 1년도 안된 기간 동안 무려 3번째라는 데서 우리는 더더욱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고 이 남한사회에서 홀로 고립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제 여성 동지가 남성 동지를 정상적으로 바라볼 수 없고, 남성 동지 또한 심한 자책감을 지울 수 없다. 조합원 동지들이 지도부 임원을 믿고 따를 수 없게 되어버렸고, 위원장이 존경받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럴때마다 "돌격 앞으로!!"라고 외치면서 15만 동지들을 무력한 투쟁대열에 쑤셔박는다 해도 우리 동지들은 더이상 신명나지 않는다. 우리 내부투쟁을 통한 강력한 혁신이 선결되지 못한 채 아무리 강고한 투쟁을 외쳐 보아도 공허한 메아리일뿐.
저 꼴통 보수정권과 자본을 향해 흔들림없는 투쟁으로 15만 아니 남한 60만 노동자의 승리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우리 스스로가 그야말로 "땐땐한 조직"으로 거듭나야만 한다. 1년도 안된 사이 성폭행 사건이 세차례나 일어난 이마당에도 책임있는 당사자들은 서둘러 봉합하기 바쁘고 조합원들의 눈과 귀를 가리기에 갖은 몸부림을 치고 있음은 우리 금속노조이 앞날을 더더욱 캄캄하게 할 독약인 것이다.
2006년 15만 금속노조 새출범 이후 4년째가 다 되어가고 있으나 아무것도 이룩한 것이 없다. 아니 오히려 현장의 조건들은 더더욱 열악하고 피폐되어가기만 한다. 대공장과 중소사업장간,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그리고 남성 노동자와 여성 노동자간 차별과 분열은 갈수록 심화되어가기만 하고 있다.
중앙교섭 성사는 한낱 구호에 불과하고 아무도 이론과 실적 여건을 조화롭게 아낼 수 있는 해법조차 고민하지 않고 있다. 올해도 완성차 대공장은 다 빠져버리고 허깨비 중소부품사만으로 교섭 아닌 교섭으로 허송세월하고 있다. 끝나고 나면 또다시 서로 책임공방 한두차례 한 뒤 또 다음해를 맞이 할 것이다.
기업지부 해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하반기 극심한 몸살을 앓고 나서 낸 결론이 "조발특위 가동"이었다. 올 10월 대대에서 조발특위의 안을 놓고 또 한차례 기업지부와 지역지부 그리고 중앙지도부간 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결론은 누구나 완성차 기업지부의 완전한 승리를 점친다.
금속노조의 완성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두가지 사안이 안되는 이유는 단 하나다. 15만 금속노조가 하나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앞으로도 결코 하나될 수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금속노조가 기업지부와 지역지부의 상급 지도부로서 제대로 거듭나고 올곧게 서고자 얼만 노력해 왔는지부터 냉철하게 평가하고 반성해 보아야 한다. 금속노조 사무처 직업 활동가들과 현장 파견 활동가들간의 알력 또한 웬만한 사람들 다 알 정도라니 이 무슨 * 같은 경우인가?
금속노조는 암에 걸려있다. 그것도 말기 암이다. 서로간의 불신과 반목, 관료주의, 소집단 이기주의, 냉소주의, 정치지향주의 등으로 살이 썩어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말기 암 환자가 어떻게 그 병을 극복해야 할 지는 굳이 의사의 처방전이나 항암제가 아니더라도 우리 스스로 해답을 갖고 있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분명히 짚어내고 책임지고 같은 문제점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데서부터 조직은 다시 살아나게 된다. 암덩어리가 녹아버리고 새살이 돋게 된다는 것이다. 철저한 반성이 없으면 개선도 발전도 없다. 우리 금속노조가 반성이 제대로 안되었기에 개선도 발전도 없는 것이다.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이번 지자체 선거투쟁에서 정부여당이 참패를 한 것은 그들이 오만했기 때문이고 반성없이 국민을 대했기 때문이 아닌가?
우리 금속노조가 그대로 닮았다. 지난 2월부터 노동자의 생존권 말살정책이라 할 수 있는 노조법 개정에 대해 강고한 투쟁을 기획하고 5월부터 본격적인 임단투와 병행하여 6월 투쟁과 7월 투쟁을 점차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완성차는 다 빠지고 부품사만 남은데다 이 마저도 서로 떠밀기 식의 투쟁으로 온갖 웃음거리만 되고 있다.
이래 놓고 6월 투쟁 안되었으니 다시 7월 투쟁 강도높게 전개하자고 외칠 수 있겠는가? 이런 중차대한 투쟁과제를 목전에 두고 핵심 임원인 사무처장이 지회 여성사무처장을 성폭행하다니… 이에 대한 온갖 의혹과 소문이 난무한 상태에서 투쟁 목표를 향해 15만이 어떻게 똘똘 뭉치겠는가?
잘못되어도 너무 잘못되었다. 사건의 전모가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밝혔어야 했다. 피해자중심주의라는 것으로 오히려 불필요한 잡음만 커지고 금속 지도부에 대한 불신만 키운 셈이다. 암 덩어리 하나가 더 생겨버린 것이다.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현장 동지들의 반응이다. 꼴통 보수 정권과 자본 나부랭이들이 저질러온 각종 비리와 비위사건들, 그리고 그들이 스스로 그 사건들을 무마하고 봉합해 왔던 방식들 모두가 우리 금속노조에도 똑같이 이식되어 버렸다. 그동안 “욕 하면서 닮아” 버린 것이다.
우리 내부 비판과 반성을 다시 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잘못된 것 찾아내어 그 원인과 대안을 동시에 강구해야 한다. 국민들로부터, 내 가족들로부터 손가락질 당해가며 부질없는 투쟁에 나설 동지 더 이상 없다. 동지들이 마음 떠나고 등 돌리는 순간 금속노조는 공중분해되고 남한사회 노동자들은 정권과 자본으로부터 핍박받는 노예로 전락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다시한번 얼마전 일어난 성폭행 사건에 대해 명확히 밝히고 책임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무엇이 어떻게 된 것인지도 모르는 조합원들에게 무엇을 사과한단 말인가? 박유기위원장 이하 금속지도부는 더 이상 15만 동지를 우롱하는 처사는 중단하기 바란다. 껍데기뿐인 투쟁 접어도 된다. 되지도 않을 투쟁으로 금속 내부는 더더욱 썩어 문드러질 지경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상태로라면 6월, 7월 투쟁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 책임은 단순히 책임공방과 사과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조직과 조합원의 집단이탈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하라! 더 이상 제 2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철저한 반성과 대안을 내놓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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