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의 마지막 구조조정본부장을 지낸 김우일 (주)대주그룹 홀딩스 대표이사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대우 그룹의 기획조정실에 입사해 그 자리에서 24년을 지냈고 대우의 몰락 과정에서도 구조조정본부장을 지냈다. 김우일 대표이사는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저녁 7:05- 9:00 진행: 김어준)에 출연해 대우 그룹의 몰락과 관련해 \"관료주의 아래서는 정부에서 부실기업을 인수하라고 하면 자의반 타의반 인수할 수 밖에 없었고, 그 부실을 떠안고 가다 99년에 마지막 붕괴\"를 맞은 것이라고 대우 그룹 몰락의 원인을 짚었다.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인수했는데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차입경영\"이 됐던 것이고 \"내부적으로 보면 자동차 산업에 무리하게 투자\"한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지적이다.
김우일 대표이사는 이 프로그램에서 김우중 전 회장이 92년 대선에 출마하려 했다는 비화도 소개했다. \"워낙 재벌에 대한 규제가 많아, (정부가) 부동산을 팔라고 하고 비주력업종이니 진입을 규제한다\"고 하자,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이 대통령 후보 출마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당시 검토해보니 김우중 회장의 학교 인맥과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의 독자층, 대우인맥을 봐 500만 표 정도의 계산이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민자당에서 \"대선 출마를 포기하지 않으면 세무조사에 들어간다\"고 압박이 왔고, 그래도 출마 의사를 꺾지 않자, 실제 세무조사가 이뤄졌다고 한다. \"안 걸릴 재간이 없었고 700억 정도의 세금\"이 추징될 상황에 처하자,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은 출마 의사를 접었다.
김우일 대표이사는 기업과 정치의 관계에 대해 \"전두환 정부 시절엔 정부 말 한 마디면 부실기업 인수가 결정\"되는 방식으로 강압적이었고, 노태우 정부 시절엔 \"비업무용 부동산이 많으니 팔라\"고 흘리면 들어야 하는 상황이었고, 김영삼 정부 시절은 \"은근히 종용하는 스타일\" 김대중 정부는 \"수수방관하듯\" 개입이 줄어든 스타일이었다고 회고했다.
김우일 대표이사는 또 지금의 경제 상황에 대한 고언도 쏟아냈다. 대기업을 무너지게 한 분식회계 문제를 예로 들면 \"(대우 몰락) 당시에 (분식회계가) 없는 회사가 거의 없었지만, 지금도 많다. 단지 감춰져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삼성그룹 문제와 관련한 금산법에 대해서도 \'의결권 제한\'같은 조치는 말장난이라고 지적했다. 어느 결정에 \"손 드는게 의결권인데, 실소유자가 누군지 아는 상황에서 거스르겠느냐\"는 얘기다. 한 대기업의 몰락에서 우리가 어떤 교훈을 얻었나 되묻게 되는 질문들이다.
<---- 이하 방송 내용 전문 ---->
[진행:김어준 / 답변:김우일 (주)대주그룹 홀딩스 대표이사]
대우의 마지막 구조조정본부장이셨다구요?
제가 대우그룹 기획조정실 경영관리팀에 입사했어요. 이 경영관리팀이 타기업 M&A, 계열사 경영진단, 계열사 감사 관리 등 핵심적인 일을 했죠. 그런데 1998년, 정부에서 그룹 기획조정실 대신 구조조정만 하는 본부를 만들라고 해서 명칭만 \'구조조정본부\'로 바뀐 거죠.
지금 와서 돌아봤을 때, 당시 아주 결정적인 순간들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법인으로서의 대우그룹이 해체될 수 밖에 없었던 요인들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초창기 대우실업은 와이셔츠를 수출하기 위해 만든 회사였습니다. 그 이후 계열사가 많을 때는 62개까지 갔습니다. 그래서 문어발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그 62개 회사 중 국가기간산업(중공업, 조선, 자동차, 건설, 전자 등)이 참 많았습니다. 이것들이 전부 다른 부실기업을 M&A한 거거든요. 저희가 자발적으로 M&A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예전에 정부 관료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어느 기업이 어느 부실기업을 인수를 해서 이끌어가라\', 그러면 그 회사가 부도나는 걸 좀 모면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부실기업을 인수한 게 대우그룹의 주중을 이뤘습니다. 그렇게 당초 인수했던 부실을 다 안고 가다보니 99년에 그 지경을 맞게 된 거죠. 정부의 강요에 의해 인수한 게 태반이었구요, 또 저희가 인수받아서 정상화시켜야 하는데, 정부에서 부실을 커버해줄 수 있는 충분한 지원이 없었죠. 인수 시켜놓은 뒤엔 수수방관이니까.
외부적 문제 말고 내부적으로는 어떤 문제가 있었나요?
그룹에는 문화가 중요하거든요. 예를 들어 대우전자의 경우 대한전선 가전사업부를 인수했어요. 그런데 회장님의 철칙이 \'피인수기업의 인력조정은 절대 안된다\'였어요. 심지어 그 회사의 CEO까지도 우리가 그대로 수용했어요. 그러다보니까 기존의 대우와 피인수 회사 직원 간에 융화가 잘 안됐어요. 그룹에 직결되는 공동체의 힘이 약했죠.
차입경영(빚을 내서 회사 경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부분도 거의 인정해야 하는데요. 부실기업을 인수받을 때 전부 은행에서 론으로 빌려줍니다. 그 론을 10년 상환 하면서 갚아나가는 거거든요. 부실기업을 인수할 때 신규자금으로 커버를 안해주고, 은행에서 론 형태로 빌려주다보니 빚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거죠. 그러다보니 차입경영이 됐구요.
결정적인 판단 미스는 마지막에 자동차 산업에 너무 집중했습니다. 회장님이 \"세계경영의 포커스를 자동차 산업에 맞추자\"고 판단하셨어요. 그런데 국내 내수에는 한계가 있으니 개발도상국, 유럽 쪽으로 현지 공장을 가속도있게 설립했어요. 그 때가 95년에서 97년 즈음, IMF 직전이었어요. 그렇게 자동차 산업에 무리하게 투자한 차입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죠.
김우중 전 회장도 이런 얘기를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정부가 도와주면 고비를 넘어갈 수 있었는데, 정부가 도와주지 않아서 넘어졌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00% 정확한 얘기입니다. IMF 즈음에 부실이 없거나 자금이 잘 돌아가는 그룹은 없었습니다. 당시 저희 차입금 구조나 재무구조로 봤을 때 타그룹과 큰 차이가 없었어요. 당시엔 분식결산 없는 회사가 없었거든요. 지금도 많습니다, 단지 감춰져있을 뿐.
저희가 금융회사를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경쟁그룹의 금융회사, 해외 채권은행들이 이상하게 한꺼번에 몰려들기 시작했어요. 그 때 저희 차입금 구조가 삼성의 금융회사 쪽으로 치중이 됐었죠. 당시엔 리스크라는 개념없이 삼성 금융 계열사가 튼튼하니까 그랬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하게 자금이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어떤 때는 하루에 1조 가까이 몰려들었어요. 그렇게 한꺼번에 어음을 돌리기 시작하면 살아날 기업은 없습니다.
그런 것도 금융감독원에 보고가 올라가는데, 금융감독원이 원인을 해부하고 우리를 도와주려는 해결방안 없이 \'너희 오늘 어음이 얼마 들어왔냐. 그건 옆에 쌓아둬라. 부도 발표는 하지 말아라\' 식의 임기응변만 했죠. 그래서 저희가 금융감독원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했지만, 금융감독원이나 다른 정부 측에서도 솔선수범해서 대우그룹을 회생시키겠다는 의식을 가진 분이 없었어요.
당시 이런저런 음모론도 있었는데요. 삼성 관련 금융사가 채권을 갑자기 회수하고, 그래서 자금난에 빠졌고, 정부도 특별히 대우 회생을 위해 지원해주지 않았고, 실제로 어렵기도 했지만 그런 여러가지 상황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일어설 수 없게 됐다는 등. 지금 와서 볼 때 이게 어느 누군가의 고의적인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고의라고 하긴 어폐가 있구요. 암묵적인 동의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왜냐면 회장님이 외유를 안하시니까 회장님 사표를 정부 측에서 강요했어요. 그래서 저희 임원들도 그렇고, 회장님도 \"내가 왜 사표를 내야 하냐\"며 강하게 반론하셨습니다.
회생책이라면서 정부에서 제시한 안이 \'김우중 회장 사퇴\'였습니까?
예. 구체적인 소생 방안 해결책을 두고 회장님 사퇴를 요구한 것도 아니었어요. 처음엔 \"대우를 살리려니까 회장님이 걸림돌이 되므로, 회장님이 없으면 구조조정 잘 해서 대우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명분으로 사퇴를 강요했죠. 그러나 회장님이나 우리 임원들은 응하지 않았습니다.
재경부에서요?
금감위, 재경원, 청와대 전부 다라고 봐야겠죠.
그런 제안을 받고 해외로 나가시게 된 겁니까?
그 당시 정황으로 봤을 땐 회장님이 정부의 권유를 받고 해외로 나가신 걸로 저는 확신합니다.
대우, 현대, 삼성의 오너 스타일은 어떻게 다른가요?
김우중 회장님은 모든 일을 혼자 다 하는 스타일이십니다. 혼자 결정해서 명령하시고, 또 너무 똑똑하십니다. 특히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 능력은 대단하십니다. 그런 면에서 대우와 현대가 비슷하죠. 그러나 인간이 신은 아니니까, 그러다보면 판단 오류가 생길 수 있는 것이고.
흔히 말하듯 \'총수의 독단적 결정\'을 견제하고 제동을 걸 장치가 없었다는 거군요?
그게 구조조정본부의 역할입니다. 회장님을 견제하고 참모 역할을 해야 했는데, 그게 약했죠. 삼성은 구조조정본부 역할이 강했죠. 우리 회장님은 \'도전, 창조\'인데, 삼성 총수의 경영 스타일은 \'경청\'이랍니다. 그러니 삼성의 구조조정본부가 역할을 많이 하게 되고, 힘이 강했죠.
그래서 현대와도 비슷하다고 말씀하셨군요, 과거 정주영 회장님의 \'돌진형\'.
그럼 현대와 대우의 경영 상의 차이점이 있다면?
우리 회장님은 혼자 경영하시면서 문제 해결책을 찾고, 현장도 직접 지휘하십니다. 그런데 온정이 많으세요. 그래서 아래 직원들이 잘못해도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못하고 온정을 베푸셨어요. 그런 점이 인력 구조조정 면에선 단점이 될 수 있죠. 근데 정주영 회장님은 그런 면에 대해서는 인력 구조조정도 하고, 칼날같이 경영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우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타회사를 인수하면서 부실을 떠안게 됐고, 정부의 강압도 있었지만 거꾸로 특혜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부실기업을 강요받았을 때 특혜는 전혀 없었습니다. 저희가 특혜를 달라고 그렇게 요청했어도, 공무원들의 기본적 심리 상태가 딴지를 거는 거죠. 항상 공정하게 하자는 명분으로 전혀 특혜를 주지 않았어요.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 시해, 전두환-노태우-김영삼으로 대통령이 바뀌는 정치 격변기 때마다 그룹의 동요가 있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때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는 \'차기 대통령이 누구인가\'였어요. 그게 바로 정경유착인데, 기업들의 생사를 대통령이 쥐고 있는 겁니다. 세무소, 은행 등 모든 금융 컨트롤을 청와대가 쥐고 있으니 기업을 쇠사슬에 묶어서 끌고 가는 것과 똑같죠. 그래서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됐을 때 최대 관심사가 \'다음 실권자가 누구냐\'였죠.
기업들이 그 실권자의 취향에 맞춰 대응해야 하니까요?
예.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어요.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되고 전두환씨가 유력한 세력으로 부상했는데, 그 분이 보안사령관 출신이잖아요. 그래서 재벌그룹들 간에는 연줄을 위해서 보안사령부 출신의 장교나 심지어는 사병까지도 영입하려고 혈안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대우그룹에도 보안사랑부 출신 장교와 사병들이 몇 명 들어왔죠.
구조조정본부장을 지내시면서 역대 대통령을 다 거치셨을 텐데요. 정권이 재벌을 다루는 스타일도 다를 것 같은데, 어떻게 틀린가요?
전두환 시절에 저희가 경남기업을 인수했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신문에 \"경남기업 인수자, 대우!\", 비고란엔 \"해외영업력에 강하니까 적정!\" 이렇게 신문에 발표나면 끝이었어요. 그러면 인수해야 하는 거였어요. 허허..
그리고 또 재밌는 일이 있었는데요. 당시 현대양행이라고 있었어요. 지금의 두산중공업이죠. 현대양행이 정말 골치덩어리 기업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전두환씨가 정주영 회장님과 김우중 회장님을 불러서 \"당신이 자동차 하고, 당신이 현대양행 맡아!\" 그래서 그 한마디에 저희 대우 기획조정실 임직원 300명 가량이 졸지에 현대양행으로 이사를 가게 됐어요. 그렇게 가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국가보위 안전위원에서는 중공업 자동차의 산업 통일화 정책을 전부 무효화하였음을 발표드립니다.\"라는 방송이 나오는 거에요. 그래서 고속버스 휴게실에 내려서 기획조정실장한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랬더니 기획조정실장이 \"나도 모르겠다. 알아서 해라\" 그래서 반은 현대양행으로 내려가고, 반은 다시 서울로 올라왔지요. 허허.
결국은 어떻게 됐나요?
결국 저희들이 손 떼고, 정부가 한국중공업이라고 이름을 바꾸고 관리했죠.
노태우씨 때는 꼭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전두환씨처럼 명령하지 않고 언론을 통해 분위기를 싹 만들어요. \"재벌그룹들이 부동산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비업무용 부동산을 팔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재벌이 알아서 팔구요.
김영삼씨도 부실기업 정리할 때 은근히 종용하는 입장이었어요. 김영삼 대통령 시절 98년에 저희가 쌍용 자동차를 인수했는데요. 사실 쌍용 자동차를 인수할 여력이 못됐죠. 근데 쌍용그룹이 완전히 무너지는 단계여서 정부에서 \"대우가 인수하지 않으면 국가 경제에 파탄이 온다\"고 해서 저희가 인수했습니다. 김영삼 정부 시절엔 전두환씨 스타일도 가미되면서 은근히 방향을 설정해서 재벌그룹을 리드하는 측면을 보였죠.
김대중 정부는 어떻게 보면 재벌그룹에 대해 수수방관하는 스타일이었어요. 건들질 않았어요. 하도 민주투사 하시다보니 재벌그룹에 대해 사사건건 개입하기도 그렇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다는 면도 있었고, 또 노벨평화상도 받으시고 하니까 재벌그룹을 내버려두는 스타일이었어요. 그래서 김대중 정부 시절에 기업들이 분식결산으로 가장 많이 노출되고, 부도가 제일 많이 났죠. 만약 그 때 전두환씨가 대통령이었다면 정부가 나서서 분식결산 전부 노출시켜서 통폐합 했을 거에요.
그 시절엔 대선 때 늘 상납금이 있었고, 비자금을 운용하지 않았습니까? 얼마 정도였나요?
비자금이라기 보다는 회사 자금이죠. 영수증 처리를 해야 하는데, 영수증을 잡을 수 없으니 분식결산 하거나 리베이트 하는 식으로 별도의 자금을 만들죠. 그런 것들이 그룹에는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공무원이나 관련 단체 어딜 가더라도 교통비나 떡값이 현금으로 가야 했죠.
대선이 있을 때나 당선 직후 돈은 얼마나 갔다 주나요?
직접선거 한 게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씨 때였죠. 그 때마다 당에 공식 후원금이 있습니다. 그게 보통 20-30억씩 됐구요. 나머지 비자금은 그리 큰 금액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왜냐면 그룹이 어려운 경우 비자금을 만든다는 게 어려웠어요. 이회창씨가 대통령 나왔을 때 제가 공식 자금 20억을 영수증 받고 건내줬습니다. 그 일로 제가 대검중수부에 가서 한달간 옥고를 치렀는습니다.
직접 전해주셨습니까?
아뇨. 당에다가 영수증을 받고. 근데 대검중수부에서는 \"이것 말고 몰래 준 것을 드러내라, 이것도 줬으면 몰래 준 것도 있을 것 아니냐, 나타난 게 20억이면 밑에 깔린 건 300-400억 될 것 아니냐.\" 그래서 제가 조사를 받았는데 결국은 다 무혐의로 풀려났습니다. 그러니까 돈을 많이 버는 다른 그룹은 물밑자금을 건내줄 수도 있었을 거에요. 하지만 대우그룹은 사실상 97년부터 굉장히 자금사정이 어려웠어요.
그런 경험에 비춰보자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삼성 엑스파일도 그럴 법한 일이겠군요?
재벌그룹의 속성상 당연했을 거라고 봅니다. 구조조정본부의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이 로비입니다. 그 로비란 게 돈 없이 됩니까?
하하. 하긴 돈 없이 로비가 되겠습니까? 돈이 없으면 그냥 친목이겠죠.
예. 돈을 안주면 오히려 괘씸죄에 걸려서 마이너스 효과가 나오죠. 하하.. 이런 일도 있었어요. 어떤 사안에 대해 권한을 가진 분이 저녁을 먹자고 해서 제가 갔는데요. 사실 돈 건내주는 게 힘들잖아요. 그래서 저녁만 먹고, 재밌게 놀고, 그 분 아이들을 위해 케익 선물도 주고, 택시도 태워 보내드렸어요. 그랬더니 그 후 일처리가.. 좀 거꾸로 되더라구요. 나중에 알고 봤더니 \'현금이 제일 좋은데 왜 현금을 안주느냐, 케익 안에 현금이 있어야 하는데 없더라\' 그러더라구요. 하하.
김우중 전 회장이 대선에 직접 출마하려고도 했었죠?
예. 92년이었죠. 당시 김영삼, 김대중, 정주영 후보가 나왔죠. 이유가 뭐였냐면 워낙 재벌규제가 심하니까. 가지고 있는 부동산 다 팔라는 둥, 또 기업에는 주력업종이란 게 있는데, 그 주력업종이 아닌 분야로는 진출을 할 수가 없었어요. 진출 규제죠. 그래서 회장님께서 \"이런 식으로 해서 어떻게 기업을 키우느냐, 정부가 틀려먹었다\"라며 굉장히 화를 내셨어요.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회사에 들이닥쳐서 압수수색하고, 굉장히 시너지 효과가 있는 계열사를 위장 계열사로 묶어서 처벌했거든요. 그 때 회장님께서 \"내가 직접 이런 병폐를 고쳐야 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당시 검토를 해보니 김우중 회장님의 학교 인맥과 저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의 독자층, 그리고 대우인맥을 봐 500만 표 정도는 나올 것이라고 검증이 되더라구요.
근데 왜 결국 출마를 안하신 겁니까?
당시 노태우, 김영삼 정부였죠, 민자당. 거기서 \"대통령 출마를 포기하지 않으면 세무조사에 돌입하겠다\"는 통보가 왔습니다. 근데도 회장님이 포기하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세무조사가 나왔습니다.
정주영 후보에게도 그렇게 했겠군요?
당연하죠. 그것 때문에 현대가 굉장히 어려웠죠. 근데 현대그룹은 워낙 기반이 탄탄하다보니까 살아났고, 정주영 회장님이 출마하셨죠.
그런데 대우는 두 달간 세무조사 했는데, 걸리는 게 많죠. 세금이 700억 정도. 그래서 출마를 포기하신 거죠.
요즘 재벌의 지배구조 얘기도 많이 하는데요. 금산법이라든가 편법증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우중 회장께서는 \"대우그룹의 주인은 없다. 주인은 국민이다.\"라면서 회장님이 가진 주식을 재단에 전부 기부하셨어요. 실제로 대우그룹 지분을 보면 아무도 없어요. 심지어 자녀들에게 나눠준 것도 없어요. 모회사가 주식회사 대우인데 대우재단이 4% 가지고 있고, 나머지는 전부 소액주주들로 돼있어요. 그래서 정부에서도 \"김우중 회장님의 지분이 거의 없는데, 대우그룹이 왜 김우중 계열 기업군이냐\"는 얘기까지 나왔었어요. 그래서 결국 \"이 분은 창업자다. 경영 위탁을 받은 거다\"라고 정부 관계자하고 저하고 웃어넘긴 적이 있었어요.
삼성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의결권만 제한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고 \'지분을 다 팔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다 팔아야 할 겁니다. 의결권 제한이라는 게 눈에 보이질 않잖아요. 손 들면 의결권이에요. 실제 소유자가 저 사람인데, 저 사람 눈치 안볼 수 있겠습니까? 의결권 제한이라는 건 말장난이에요.
▶진행:김어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