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노동자가 노예인가?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노조활동을 공개 선언한다!
저는 매암동에 있는 현대모비스 울산2공장 사내하청업체인 현일기업 소속
최우정입니다. 2년 가까이 모비스 사내하청으로 일하며 자동차 조립라인에
투입되는 모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뼈빠지게 일해봐야 법정최저임금밖에
받지 못하고 노동조건은 근로기준법을 비웃는 수준입니다.
특히 노동강도는 가히 세계 최고, 최악의 수준입니다. 두사람이 일할
공정을 한사람이 도맡아해야 하고, 라인 속도는 자동차 조립라인보다
훨씬 빠릅니다.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모듈을 생산하도록 강요받는
노예같은 삶이 모비스 사내하청의 현실입니다.
얼마 전부터 저는 회사에 “내가 일하는 공정이 원래 3사람이 하는
공정인데 현재 2사람만 배치되어 일하고 있어 일이 너무 힘들다. 1명을
더 배치해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회사는 “인력을
운영하는 것은 업체의 권한이니까 기존대로 2명으로 일해라”는 얘기만
되풀이하였습니다.
사람잡는 노동강도, 3사람이 해야할 일을 2명이 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바꾸고자 계속 인원충원을 요청했으나 회사 측은 “너 힘들다고
하니까 좀 쉬운 공정으로 배치해주겠다”라고 통보해 왔습니다.
저를 다른 공정으로 배치해 주겠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저에 대한
배려처럼 보이지만, 결국 현재 제가 일하는 공정은 여전히 3명이 할 일을
2명으로 돌리겠다는 것입니다. 누가 들어와도 엄청나게 힘든 노동강도를
견뎌야 합니다. 그러나 회사 측은 “내일부터 다른 공정으로 이동하라.
이것은 회사의 지시다”라고 하며 협박조로 통보했습니다. 결국 지시를
어길 경우 징계나 해고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참으로 많은 고민 속에 결단을 내렸습니다. 부당한 배치전환을 거부하고
애초 요구대로 인원충원을 따내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어제부터 제 공정 앞에서 관리자가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제가 들어가
일하려 하면 몸싸움까지 하며 막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오늘은 좀
나아질까 생각했는데, 오늘은 아예 원청(모비스 산하 모듈테크)에서
관리자를 동원했습니다.
3명 일하는 공정에 3명을 배치해달라는 요구가 그렇게도 어려운
일입니까? 이런 요구를 한다고 관리자를 동원하여 막는 것이 정당한
일입니까? 저는 오늘 중식시간에 식당에서 모비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부당한 현실을 알려내는 선동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당당하게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조 조합원임을 밝히고 공개활동을 선언했습니다.
“저는 작년 겨울에 비정규직노조에 가입하였습니다.
(현자비정규직노조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과 현대모비스 울산공장
사내협력업체 모두를 조직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합원임을
밝히면 업체를 날려버리는 탄압 때문에 공개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불법파견과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고생하는
비정규직노조에 가입하여 매달 조합비를 내는 방식으로라도 지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숨죽이며 살 수는 없습니다. 뼈빠지게 일해봐야
법정최저임금이요, 눈 팽팽 돌아가는 라인속도에다 3사람 일할 몫을
2명이 하는 현실을 바꿔야 합니다. 물론 지금 비정규직노조의 힘은
약해보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모비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용기를 갖고
조합에 가입하여 싸우면 희망이 있습니다. 함께 합시다! 부당한 현실을
바꾸고 노동강도를 낮추고 인간답게 살아봅시다!“
그러나 선동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또다시 관리자들이 들이닥쳐 저를
밀어내고 말았습니다. 부당한 현실을 알릴 자유도 없는 곳! 조합원임을
밝히고 나서는 것조차 가로막히는 곳! 그곳이 바로 세계적인
모듈생산기업인 현대모비스 생산현장의 현실입니다. 100% 비정규직으로
채워져 있는 사장님들의 꿈의 공장, 노동자들의 절망공장이 바로
이곳입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싸우겠습니다. 노동조합으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입하고 뭉치도록 희망을 만들겠습니다. 우리의 요구는
너무나 정당하고 상식적인 것이며, 회사의 탄압은 부정하고 몰상식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비스 비정규직 노동자 여러분!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부당한 현실에 맞서 싸웁시다! 앞장서겠습니다!
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찾읍시다! 힘냅시다!
현대모비스와 모듈테크, 현일기업은 당장 부당한 전환배치를
중단하십시오! 그리고 3명이 일하는 공정에 3명을 배치하십시오! 우리는
기계가 아닙니다! 우리는 노예가 아닙니다!
모비스 2공장 현일기업 소속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조 조합원 최우정
(현장에서 일을 하는 관계로 많은 내용 담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모비스
비정규직의 참혹한 현실을 지속적으로 알려나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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