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un세상)GM대우는 왜 `토스카`를 거부했나
[이데일리 2006.03.10 13:10:36]

  
- 사활 건 중형 신차와 동명의 오페라 지원 거절
- \"뮤지컬만 지원\" 설명 불구 \"해외만 치중\" 지적

[이데일리 안승찬기자] 최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 `토스카`가 막을 내렸다. `토스카`는 라보엠, 나비부인과 함께 푸치니의 3대 오페라로 꼽히는 걸작이다.

7년만에 야심차게 내놓은 중형 세단 `토스카`에 사활을 걸고 있는 GM대우 입장에서는 때마침 열린 같은 이름의 공연이 마케팅 호기였을 법하다. 게다가 GM대우는 출범 이후 적극적인 문화예술 후원에 나서겠다고 공언까지 해오던 터였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GM대우는 오페라 `토스카` 공연의 지원 요청을 단호히 거절했다. GM대우가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신차와 이름까지 같은 오페라 `토스카`의 지원 요청을 마다한 이유는 무엇일까.

GM대우 관계자의 설명은 이렇다. \"오페라 토스카 공연에 대한 지원 제안이 들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저희는 뮤지컬 중심으로 지원한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모든 공연을 다 지원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또 뮤지컬을 지원하는 이유는 자동차가 종합적인 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것 처럼 뮤지컬 역시 연극, 노래, 춤 등이 모두 가미된 종합 예술 장르이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실제로 GM대우는 지난 2002년부터 총 12편의 뮤지컬을 지원해왔다.

이 논리대로라면 오페라가 연극이나 음악적 요소는 있지만 뮤지컬에 비해 춤의 성격이 약해 `덜 종합적인` 장르이기 때문에 지원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선뜻 받아들이기에는 뭔가 궁색하다.

오히려 답은 GM대우의 특수한 사업환경과 조직문화에서 찾아봐야한다는 지적이다.

GM대우는 수출 물량까지 감안하면 기아차(000270)를 앞서는 국내 2위 자동차 업체로 성장했다. 하지만 `GMDAEWOO` 브랜드로 팔리는 물량은 10분의 1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수출 물량이기 때문이다.

GM대우는 베트남 등 해외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시보레`, `뷰익`, `홀덴` 등 GM 산하 브랜드로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판매량 115만7857대(KD포함) 중 `GMDAEWOO` 브랜드로 판매된 국내 시장 물량은 고작 10만7664대 뿐이었다.

따라서 GM의 입장에서는 판매 비중이 얼마 되지 않는 `GMDAEWOO`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키울만한 유인이 높지 않다. 이는 실제로 GM대우의 광고비 추이를 보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GM대우의 국내시장 광고비 지출은 305억원이었다. 이는 지난 2000년 대우자동차가 심각한 재정난으로 부도났을 당시의 광고비 지출 규모인 585억원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GM대우는 과거 대우차 시절보다 생산규모도 커지고 흑자전환에도 성공했지만, 유독 광고 등 마케팅 비용만큼은 부도 당시보다 대폭 줄어든 셈이다.

게다가 수출되는 차명 역시 토스카가 아니라 각각의 브랜드가 보유하고 있는 이름으로 대부분 바뀐다. 토스카의 경우 유럽시장에서 시보레 브랜드에 `에피카`란 이름으로 수출될 예정이다. 결국 `토스카`는 국내에 한정된 차명인 셈이다.

또 GM 특유의 관료적인 조직문화도 유연한 마케팅에 걸림돌이 됐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 보면 GM대우 입장에선 `뮤지컬을 지원한다`는 원칙까지 깨면서 오페라 `토스카`를 후원할 이유는 없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면서 입맛이 개운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한때 현대차를 누르고 국내 자동차시장 1위에 올라서기도 했던 `DAEWOO`라는 브랜드가 갈수록 퇴색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GM대우가 GM의 글로벌 전략에 맞춰진 생산기지 역할만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GM이 갖고 있는 `DAEW00` 브랜드와 국내 시장에 대한 `스탠스`는 여전히 좁아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