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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이 노조 너무 싫어한다” “노동부도 노조편” 희한한 사장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2011-05-23 (월) 09:14 조회 : 2250

금속노조 서울지부 디지털플러스비젼분회 조합원들은 요즘 하루하루 정신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옛 구로공단에 있던 회사는 조합원들과 숨바꼭질이라도 하는지 인천으로, 또 다시 안산으로 이전했다. 두 달 만에 조합원 5명이 모두 해고되고, 그 사이 몇 차례나 징계위원회에 불려다녔는지 기억도 안난다. 지난 1월 금속노조에 가입한 지 네 달 만에 일어난 일이다. 노조 가입하고 인생도 180도 바뀌었다.

이효종 분회장과 김호중 부분회장은 지난 3월 14일 해고 통보를 받았다. “지금까지는 근로계약서에 기간이 따로 명시된 것도 아니었고, 연봉계약제니까 만료기간 30일전에 특별한 통보 없으면 연장된 것으로 본다고 했었죠. 그런데 30일도 안남은 기간에 갑자기 해고하겠다고 하더라구요.” 이 분회장 말처럼 특별한 사유가 없었다. 취업규칙에는 징계위원회(아래 징계위)를 열게 돼있지만 이들의 해고 결정은 이사회에서 내려졌다. 문제는 이사회 소속 이사가 사장의 어머니와 부인이라는 것.
   
▲ 이효종 분회장은 회사 탄압에도 노조 가입한 걸 후회하기는 커녕 더 많은 걸 얻었다는 심정을 털어놓는다. “회사 안에 있을 때는 그냥 당하고 있었는데 이제 현실에 눈을 뜬거죠. 왜 노동자들이 주먹 치켜세우고 구호를 외치는지 이제는 공감할 수 있다”고.

인생 180도 바뀐 사연

해고 통보 다음 날 회사는 갑작스럽게 인천남동공단으로 이전한다는 공지를 했다. 회사는 오래전에 계획한 이전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달랐다. 사장은 이전 이후 조합원을 만난 자리에서 “금속노조만 탈퇴하면 다시 구로동 본사로 가겠다. 급여인상도 원하는 만큼 해주겠다”는 얘기를 했다.

분회가 인천 사무실 앞에 집회신고를 내자 회사는 일주일만에 또 다시 이전 공지를 했다. 인천남동공단 내 사무실은 사장의 외삼촌 회사였고, 집회신고를 내고 시끄러워지자 나가라고 한 것이다. 이번에는 경기도 안산이었다. 구로로 출근하던 조합원들이 갑작스럽게 안산으로 출퇴근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분회는 회사에서 카풀을 해 출퇴근 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이미 부사장이 그렇게 하겠노라 약속했지만 회사는 거부했고, 카풀을 강력하게 요구했다는 이유로 이 분회장은 2차 해고통보를 받았다. 회사는 1차 해고통보 이후에도 효력이 발생하는 지난 달 13일까지 출근하라면서 계속 일을 시키더니, 카풀 때문에 3월 29일자로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했다. 김 부분회장도 이 분회장과 마찬가지로 해고일이던 지난 달 13일보다 먼저 해고자가 됐다.

노조 피해 인천, 안산으로 옮겨다니는 회사

어느 날 회사 팀장은 두 조합원에게 회식을 하자고 했다. 회식 도중에 팀장은 “회사가 어렵고 사장님이 금속노조를 너무 싫어하니까 노조 탈퇴하고 우리 잘해보자”거나 “나는 7월에 한국노총 갈거니까 알아서 해라”는 식의 얘기를 했다. 조합원들은 분회에 이 사실을 알렸고 분회가 항의하자 회사는 오히려 회사 기밀을 유출했다며 조합원들을 몰아세웠다.

그리고 회사가 들이민 것이 바로 ‘비밀준수서약서’였다. 회사 기밀을 유출할 시 어떤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조합원들은 서약서 서명을 거부했고, 사장은 “서약서 안쓰겠다는 건 회사 다닐 생각 없다는 거”라고 얘기했다. 이 사건이 있던 날 회사는 두 조합원에게 집에 가라며 대기발령을 명령했고, 그 후 징계위를 열고 해고했다.

   
▲ 디지털플러스비젼분회 조합원들이 서울남부지역지회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효종 분회장, 김호중 부분회장, 이용우 조합원.
회사의 탄압은 금속노조가 싫다는 사장의 뜻에 있었다. 기막힌 것은 사장이 트위터 등 온라인 사이트에도 금속노조를 비하하는 글을 끊임없이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장 트위터 화면에는 “금속노조는 소상공 사업자의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와 같은 존재다, 루저양산 집단이다, 제3의 국민노총이 설립된다. 반가운 소리다”는 글이 써져 있다.

그냥 금속노조가 싫다는 사장

이러한 사장의 막무가내식 행동에 노동부와 근로감독관도 손을 들 지경이다. 김 부분회장은 “사장이 대화도 제대로 안하고 누가봐도 정당성 없는 행동을 하니까 근로감독관도 사장하고 얘기가 안되죠. 그랬더니 근로감독관이 노조 편이라고 난리를 쳐요”라고 상황을 전한다. 최근 사장은 국무총리 감사실에도 근로감독관이 노조 편만 든다며 감사를 요청했다. 결과는 “이상없다”였다.

사장 트위터에는 금속노조 비하글 뿐 아니라 “정신나간 근로감독관이 많다. 일부 근로감독관들은 민노총과 친밀한 관계 유지하며 특정노조와 결탁해 선량한 중소기업 사업주를 몰락시킨다”는 식의 근로감독관을 질타하는 글도 올라와 있다.

막무가내식 탄압,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진 징계와 해고. 당하는 이들이 지칠 법도 하다. 하지만 김 부분회장은 “노조를 안했으면 당장은 편하게 회사 다닐 수도 있었겠지만 잠깐이다. 어차피 우리는 단물 다 빼먹으면 버려질 신세”라며 “우리를 보호해 줄 울타리, 부당한 것을 막아줄 힘이 필요하고 그것이 바로 노조”라고 강조한다.

“노동부 근로감독관도 노조 편” 생떼쓰는 사장

“영화 ‘매트릭스’에 보면 빨간약을 먹으니까 자기가 몰랐던 현실을 보게되는 장면이 나와요. 우리한테는 노동조합이 매트릭스 빨간약 이예요.” 이 분회장은 회사 탄압에도 노조 가입한 걸 후회하기는 커녕 더 많은 걸 얻었다는 심정을 털어놓는다. “회사 안에 있을 때는 그냥 당하고 있었는데 이제 현실에 눈을 뜬거죠. 왜 노동자들이 주먹 치켜세우고 구호를 외치는지 이제는 공감할 수 있다”고.

이제 이들은 안산 공장으로 출근투쟁도 하러가고 집회도 할 계획이다. 복직이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내 권리를 찾는 길인지 알게 된 조합원들은 한 번 싸워볼 생각이다. “비록 다섯 명 숫자는 적지만 힘 합쳐서 가 볼 겁니다.”

“혹시라도 다음에 다른 회사 입사하게 되면 노조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 이 분회장은 노조 만드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디지털플러스비젼은 교육용 마이크, 스피커, 전자칠판 등을 생산, 설치하는 업체다. 사장과 부사장, 전무를 제외하고 디자인과 설치, A/S를 담당하는 직원이 5명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 업체다.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 디지털플러스비젼분회 조합원들은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의 영업과 설치, A/S 등 모든 업무를 진행해왔다.
노조 가입 이전 회사는 2009년 매출이 최고치를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리해고를 진행했다. 2011년 1월에는 임금 30% 삭감을 요구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일을 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출장이 잦음에도 주말을 가리지 않고 업무를 지시하고, 사장의 독단적인 경영과 자금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조합원들은 올 해 1월27일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노조 가입 이후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요구하고 진행하던 과정에 회사는 공장 이전, 전조합원 징계 해고, 노조탈퇴 강요 등 탄압을 자행했다. 현재 분회는 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넣은 상태고, 부당해고 구제신청도 진행할 예정이다.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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