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업참가 노동자에 대한 검찰의 DNA 강제 채취가 알려져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인권단체들이 이를 노동탄압과 민중탄압으로 규정하며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아래 민변) 등 전국 43개 단체로 이뤄진 인권단체연석회의는 금속노조 및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와 함께 7일 오전 11시 서울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DNA 강제 채취 중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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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7일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쌍용차 노동자와 용산철거민의 DNA 채취 검찰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동자, 용산철거민, 인권단체 회원들이 검찰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상민 |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DNA 채취 근거가 되고 있는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아래 DNA법)이 도입 취지와 달리 오남용 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진보네트워크 활동가 바리 씨는 “DNA법은 처음엔 성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하겠다는 명분으로 제안됐지만 법 제정 과정에서 채취 대상 범죄에 강력범죄가 아닌 절도, 주거침입 등을 포함시켜 무려 11개로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DNA법은 실제로 지난해 7월 시행된 이래 성범죄에 적용된 것보다 그렇지 않은 다른 범죄에 적용된 경우가 훨씬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바리 씨는 “경찰 및 검찰에 정보공개청구를 한 결과 80~90%가 성범죄가 아닌 다른 범죄에 적용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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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7일 대검찰청 앞에서 황인석 쌍용차지부장이 검찰의 파업 노동자 DNA 채취를 규탄하는 선전물을 들고 있다. 김상민 |
DNA 채취 남용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인간의 DNA에는 단순히 특정인을 식별하기 위한 정보 외에도 개인의 질병과 가족력 등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권영국 민변 노동위원장은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유럽회의협약 권고문에는 생명, 신체에 대한 중대한 범죄에 한하여 유전자 신원확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이는 DNA가 민감한 개인정보로서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 위원장은 이밖에도 DNA법 자체의 위헌성을 조목조목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권 원장은 우선 DNA법이 형이 확정되지 않은 형사피의자와 미성년자까지 채취 대상으로 삼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는 무죄추정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 DNA법은 20년 이상 남편으로부터 폭행당한 부인이 남편 폭력을 피해 자신을 방어하다가 남편을 살해한 경우와 같이 범죄가 우발적이고 재범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도 무작정 DNA를 채취하게 돼 있다”며 이 역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권 위원장은 특히 “DNA법이 주거침입, 퇴거불응 등 생존권을 위한 저항 과정에서 발생하는 범법행위까지 채취 대상 범죄에 포함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공권력이 범죄를 예방한다는 명분으로 국민의 저항권을 옥죌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쌍용차 파업 참가자와 용산 참사 철거민에 대한 강제 DNA 채취가 바로 DNA법의 인권침해 가능성을 현실로 보여준 사례”라며 DNA법 거부 및 헌법소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