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노조 측의 거듭된 교섭요청에도 불구하고 금호타이어 사측은 교섭을 거부했다. 결국 지난 11일 금호타이어지회가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회사는 이와 관련, 지난해 임단협에서 노사가 워크아웃기간 평화를 유지하기로 약속했다며 이를 어긴 노조의 쟁의행위는 부당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실제 지난해 금호타이어 노사는 ‘노사평화공동선언문’을 통해 “노사는 상호 대립과 소모적인 협상을 지양하고,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평화적 노사관계와 쟁의행위 없는 평화적 사업장 건설에 앞장”서기로 합의한 바 있다. 과연 지회의 쟁의행위는 기존 노사 합의를 파기한 불법 파업일까.
지회는 사측이 오히려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노조 측이 교섭을 통해 회사에 요구하는 것은 △퇴직금보전방안 마련 △소음성난청 판결에 따른 작업환경 개선 △식사교대수당 지급 △최저임금법 위반에 따른 호봉 재조정 △타임오프 관련 논의 △2010년 임금 및 단체협약 재교섭 등 6가지다.
이 중 퇴직금 보전방안과 타임오프 문제는 지난해 임단협에서 추후 논의하기로 했던 합의를 근거로 지회가 교섭을 요청하는 의제다. 사측의 교섭거부가 오히려 기존 노사합의를 위반한 처사란 얘기다. 지회는 더불어 소음성난청 관련 작업환경 개선 요구도 사측이 외면할 명분이 없다고 강조한다.
지난 1월 서울행정법원은 근로복지공단이 소음성난청 발병 기준이 잘못됐다며 금호타이어 노동자에게 장해급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법원은 발병 기준을 85데시벨이 아닌 60데시벨로 봐야 한다고 했는데, 지회는 이에 따라 전 사업장 소음한도를 60데시벨 이하로 조치한 후 작업을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몇가지 지회 파업수순 정당성들
호봉재조정 요구도 불법을 시정하라는 내용이다. 지난해 임단협에서 합의한 호봉테이블에 법정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의 항목이 있다는 것. 실제로 근속연수가 짧은 일부 노동자들이 여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식사교대수당 문제는 2010년 임단협에서 합의된 사항을 회사가 준수하라는 단순한 요구다. 2010년 임단협 재교섭 요구는 당시 합의가 사용자의 기만과 노조의 중대한 착오에 의해 체결된 것이고, 체결 이후 경제적 상황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회사는 쟁의 절차에 관한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교섭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교섭결렬을 운운할 수 없고 따라서 금호타이어지회의 쟁의는 불법이란 논리다. 하지만 법원은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 회피할 경우 노조의 합법적인 쟁의권을 인정해 왔기 때문에 이 역시 억지에 불과하다는 것이 지회 입장이다.
노사는 일부 공정의 도급화를 둘러싸고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회사는 597개 직무를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도급화를 추진하기로 전직 지회 집행부와 합의했다. 회사는 이에 따라 지난 9일 공장 주변에 경찰병력까지 불러다 놓고 일방적으로 도급인력 현장투입을 시도했다.
이날 지회 간부들과 조합원들은 공장 바닥에 드러누워 지게차를 가로막는 등 도급화 저지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일방적 도급화 추진이 불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현대차 비정규직과 관련해 대법원이 제조업 사내하청이 불법임을 명확히 한데다, 2009년 광주고등법원도 금호타이어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게다가 지난 2일 금호타이어비정규직지회 조합원 111명은 광주지법에 근로자지위확인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광주광역시의회는 17일 이 문제에 대해 “우리 지역 대표기업인 금호타이어가 청년실업 문제 해결과 지역발전을 위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도급화를 중단하고 정규직 채용에 전향적으로 임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사측의 논리가 법적으나 사회적으로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