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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감동을 주더라구요. 포기 못하죠”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2011-03-28 (월) 08:47 조회 : 2079

*이 기사는 지회 단체협약 조인식 직전 작성한 기사입니다. 이 점 참고해 읽어주십시오.

노동조합 결성하고 2개월 만에 직장폐쇄를 당한 금속노조 경기지부 인지컨트롤스안산지회. 4개월의 투쟁 끝에 회사 스스로 공장 문을 열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노조를 인정못하겠다고 버티는 회사와 싸움이 한창 진행 중이다.

“자랑할 것도 없고, 다른데 가보면 다 우리보다 잘하던데. 특별히 투쟁 전술을 잘 짜서 이긴거라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우리 힘은 서로 강하게 믿는 조합원들이죠.” 지회 단협 교섭 중인 3월8일 공장 근처 식당에서 만난 지회 조합원들은 아직 단체협약도, 노조 사무실도 없지만 승리의 자신감만큼은 누구보다 강했다.

4개월 직장폐쇄, ‘사람’을 얻었다

직장폐쇄 기간은 오히려 지회 조합원들에게 득이 됐다. 영하 18도 날씨에 폭설, 난생 처음 해보는 천막 생활은 이들을 끈끈한 사이로 만들었다. “날이 너무 추우니까 모닥불을 피워야 되잖아요. 땔감 전담 나무꾼이 있었어요. 어디서 구해오는지 공단 한바퀴 돌면서 파레트며 나무를 한 짐 해온다니까요” 최하림 노동안전보건부장이 당시 추억을 풀어놓자 다들 할 말이 많다. 식당을 만들어서 밥 해 먹은 얘기, 삼겹살 파티, 폭설에 천막 무너질까 잠 못 자던 얘기까지 “그때가 참 재밌었다. 가끔 그때가 그립다”고 입을 모은다.

최 부장이 노조 활동을 하면서 얻은 것 1순위로 꼽는 것도 바로 ‘사람’이다. 1공장, 2공장으로 나눠져 있다보니 얼굴만 알지 대화도 없던 사람들이 이제는 서로 집안 일 까지 걱정하고 챙겨주는 사이가 됐다. 그런 힘으로 직장폐쇄 기간 동안 단 20여 명의 이탈자밖에 발생하지 않았다. 최 부장은 그것이 회사가 손 들 수밖에 없던 이유라고 말했다.

지회의 단결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 있다. 일명 ‘옥천공장 가압류 사건’. 투쟁 과정에 지회 간부들은 인지컨트롤스 옥천공장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상황을 알리기 위해 선전전을 갔다. 선전물을 돌리기 위해 현장에 들어가려던 것을 회사가 ‘무단침입’ 등의 이유로 고소했고, 법원은 간부 10명에게 9천2백5십만원 가압류명령을 내렸다.

투쟁이 즐거웠다고 얘기하지만 조합원들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다. 빚이 많은 사람은 2천만원에 달했고 ‘어렵다, 돈없다’는 하소연을 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가압류 결정이 난 뒤에 조합원 누구하나 불평 없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한 달 월급 전액을 내는 사람부터 보너스 전부를 내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압류 금액을 모두 해결했다.

   
▲ 어깨동무하고 함께 한 걸음씩 내딛는 것이 노동조합이라는 인지컨트롤스 안산지회 조합원들. 노동조합 만들고 인간의 가장 큰 재산인 ‘사람’을 얻어다고 한 입으로 말하는 인지컨트롤스 노동자들. 노동자들은 인터뷰 뒤 다음 날 열릴 교섭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자며 어깨를 걸고 의기투합한다. 신동준

9천2백5십만원 가압류 해결하려고 보너스 전액 내기도

장동수 사무장은 이런 일들 때문에 노조를 계속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제가 노조를 하는 이유는 ‘감동’이 있기 때문이예요. 아웅다웅 싸우던 사람들이 이제는 사람 대 사람으로 어울리면서 더 어려운 사람 돕겠다고 불만없이 동참하는 모습 보면서 감동을 느꼈죠”

단결력은 현장에 복귀해서도 변함이 없다. 한 달에 한 번은 1공장 앞에 모여서 전체 조회를 하는데 이 때 그 달 생일을 맞은 조합원들의 간단한 생일파티를 한다. 값비싼 선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장난스럽게 ‘왜 태어났니’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만 노조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1백 명에게 축하 받을 일이 있기나 했을까.

가족같은 이들의 생활은 지회 간부들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진다. 조현진 조합원은 “간부들이 고생이 많았죠. 말만 하는게 아니라 먼저 실천하니까 조합원들도 믿고 따르게 된다”고 얘기한다. 지회는 집행부와 각 구역 대의원, 소의원까지 간부가 30여 명으로 전체 조합원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들이 매일 아침 구역별 조회를 진행하고, 현장 순회를 하면서 상황을 공유하고 조합원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지회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장 사무장은 “매일 아침 나올때마다 갈등을 하면서도 조합원들 무서워서 안나올 수 없다”고 웃음을 보인다. 주거니 받거니 옆에 있는 사람 때문에 버틴다는 얘기가 지회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노동조합 없이 죽어라 일만 하던 내 모습 보는 것 같아”

노동조합이 뭔지도 몰랐던 시절, 하라면 하라는대로 억울해도 말 못하고 살았던 이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조합원들은 1년 6개월 전 자신들처럼 숨 죽이고 살고 있는 노동자들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졌다.

회사는 직장폐쇄를 하면서 현장에 대체인력으로 계약직을 대거 고용했다. 직장폐쇄를 철회한 지금도 현장에는 6~70명의 계약직이 같이 일하고 있다. 조 조합원은 “처음 현장에 복귀했을 때는 꼴도 보기 싫었어요. 저 사람들 때문에 내가 내쫓겼던 것 같고. 그런데 이제는 예전 내 모습 보는 것 같아서 측은하고 불쌍하다”고 얘기한다.

   
▲ 찌개가 끓고 있다. 그 겨울 천막생활도 이렇게 함께 밥 지어 먹으며 버티고 마침내 공장으로 돌아갔다. 최하림 지회 노동안전부장이 직장폐쇄 당시 투쟁 일화를 조합원들과 나누고 있다. 신동준

계약직 노동자들은 쉬는 시간, 휴일 할 것 없이 죽어라 일만 한다. 몇 명은 골병이 들어서 나갔다는 말도 전한다. 처음 입사할 때 회사는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 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 희망을 가지고 회사에 충성 바쳐 일하는 것일 터. 하지만 지금은 공장 밖으로 내쫓겼던 조합원들이 그대로 들어왔으니 사람이 부족할 리 없다. 조합원들은 단협이 체결되고 사태가 정리되면 회사가 계약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 시킬 리 없다고 단언한다. 몰라서 당하고, 할 말도 못한 채 착취 받는 모습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았던 시절 자신들과 똑같다.

지회 투쟁은 주변 공단 노동자들에게도 주요 관심거리다. 인지컨트롤스 때문에 다른 공장 임금이 올랐다는 얘기도 들린단다. 회사가 위치한 시화공단에는 파카한일유압과 인지컨트롤스 외에는 노조가 없다. “공단에 있는 공장들 보면 상황이 뻔해요. 얼마나 열악한지 몰라요. 그 사람들도 노조가입도 하고 환경을 바꿔야 하는데 말이죠” 최 부장은 공단 노동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해냈다.

1공장과 2공장 위치가 떨어져 있어 가끔 두 공장 사이를 행진하면서 공단 선전전을 하기도 한다. 다른 공장 노동자들이 창문을 열고 선전물을 달라고 더 적극적이다. 아직 일어서지 못한 노동자들에게 좋은 본보기로 남아야 한다는 마음에 어깨가 무겁다.

그때 현장은 열악했다

조합원들도 불과 1년 6개월 전 더 열악한 상황을 참고 살아야 했다. 당신 현장에 노조도 없었다. 관리자들은 라인에 붙어서 생산물량을 더 많이 빼야 한다고 눈치를 줬다. 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를 봤다고 한다. “제가 노조 만들고 나서 아랫배가 들어갔다니까요” 조 조합원이 웃으며 너스레를 떤다.

가끔 다른 라인 관리자가 라인에 불시에 들이닥쳐서 작업대 위에 올려둔 개인 컵이나 책 등 물품을 치운 적도 있었다고 한다. 회사는 손님이 오는 날이면 조합원들에게 과도한 청소를 시켰다고 한다.

이덕경 조합원은 당시를 회상하며 얘기했다. “일도 엄청 시켰어요. 매일같이 특근 잡아놓고 바쁠 때는 30일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던 적도 있어요. 잔업 한 번 빠지면 앞으로 특근 안주겠다고 하고...”

“대충 끝내면 안되죠. 이겨서 바꿀겁니다”

그렇게 만들었던 노조였다. 현장 복귀하고 지난 해 6월부터 지금까지 교섭을 하고 있지만 아직 마무리되지 못했다. 간부들은 매 주 수요일마다 교섭을 하고 목요일 아침 조회 때면 뭔가 변화가 있을까하는 조합원들의 기대에 찬 얼굴을 맞이해야 한다. “처음에 가입 대상이 1백50명 정도였는데 1백30명 넘게 가입했거든요. 그때 다 끝났다고 생각했죠. 이렇게 어려울 줄 모르고...” 장 사무장 얘기처럼 조합원들도 힘든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노조만 만들면 다 해결될 줄 알았다. 상급단체는 아무것도 해주는 것이 없고 해결되는 것은 없는 상황이 답답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더 힘들어질 걸 알기 때문에 지금 포기할 수는 없다는 얘기를 덧붙인다. “이제 와서 발 못 빼죠”라는 농담처럼 같이하는 조합원들이 있어 그만둘 엄두도 내지 않는다.

“교섭 끝내야죠. 그런데 아무렇게나 끝내는 건 안 되고 제대로 끝낼 겁니다” 이렇게 말하며 버텨주는 조합원들이 있으니 조급할게 없다. 오히려 “내일 교섭도 안 되면 어떤 피켓을 만들까? 어떻게 투쟁할까”를 고민하고 있다.

인지컨트롤스 노동자들은 이렇게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동지를 만났고, 현장을 지키고 있다. 2011년 이들의 승리 소식이 전해지길 기대해본다.

 

경기도 시화공단에 위치한 인지컨트롤스는 엔진 센서 등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인지컨트롤스안산지회는 2009년 11월 3일 공식 출범 이후 1년 4개월 여 째 노조 인정과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다. 회사는 지회가 교섭을 요구하자 2008년 12월 일반직을 중심으로 설립한 노조를 내세워 교섭을 거부하고 조합 탈퇴 등을 강요해왔다.

지회가 투쟁을 계속하자 회사는 지난 해 1월 12일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조합원들을 공장 밖으로 내쫓았다. 하지만 지회는 20여 명의 조합원만이 현장으로 복귀했을 뿐, 1백 여 명의 조합원이 끈질기게 투쟁을 이어갔다. 결국 지난 해 5월 13일 4개월의 투쟁 끝에 회사가 아무런 조건 없이 직장폐쇄를 철회했다. 현재 조합원들은 공장에 복귀해 현장 투쟁을 벌이고 있다.



☞특수문자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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