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주)가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하고 있는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들에게 불법 낙인을 찍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
2월21일 한진중공업에 따르면 오전 9시 부산 영도조선소 1번 안벽에서 마무리 건조작업 중이던 18만톤급 벌크선의 조타실이 크게 파손돼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파손 원인을 경비원의 말을 인용해 “두 사람이 30미터 크레인을 타고 배에 올라가는 걸 봤는데 내려오다 나랑 마주치자 흉기로 위협하며 ‘우리를 봤다고 말하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뒤 사라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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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1937년 부터 한국에서 최초로 도크에서 배를 만든 역사적인 곳이다. 지리적 한계로 도크를 늘리지는 못하지만 조합원들의 '대한민국 조선 1번지'라는 자긍심은 높다. 신동준 |
문제는 회사가 일부 언론에 경비원이 말한 ‘두 사람’을 조선소에서 농성 중인 조합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히며 벌크선 파손 책임을 지회에 떠넘기고 있는 것. 또한 회사는 이를 빌미로 공권력 투입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의 이같은 주장에 지회는 “농성을 진행하면서도 작업공구나 건조 중인 부품과 선박에 대한 일체의 파손행위를 하지 않았고 조합원들에게도 이러한 점을 충분히 주지시켰다”며 “이번 벌크선 파손은 노동조합과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지회는 조선소 내에서 벌어지는 안전 사고를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규찰대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조합원이 벌크선을 파손했다는 회사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이 같은 행위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영도조선소 내 크레인은 모두 하청업체인 ‘삼진’이 운영하기 때문에 크레인을 운전하려면 업체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업체에서 열쇠를 주지 않는 한 조합원이 크레인을 운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회사가 조합원이 이용했다고 주장하는 제1안벽 크레인은 100톤짜리 83호 지브크레인으로 크레인 줄에 매달린 승강용 박스를 배 높이인 30미터까지 움직여야 한다. 이 같은 작업은 위험하기 때문에 땅 위에서 크레인 운전을 신호하는 신호수가 반드시 배치돼야 한다. 지회는 “크레인 운전도 불가능하지만 조합원 2명이 신호수도 없이 크레인으로 배에 오른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올해 초 회사가 배에 오르는 승강용 사다리를 모두 치워 크레인을 이용하지 않는 이상 조합원들이 30미터 높이 배에 오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러한 정황상 이번 사건이 선박 파손이라는 도덕적 책임을 씌워 지회를 압박하려는 회사의 음모가 아니냐는 추측이 커지고 있다.
지회는 이번 사건을 두고 “정리해고 대상자와 비대상자 가릴 것 없이 굳건히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투쟁대오를 깨기 위한 회사의 의도이며, 이를 빌미로 경찰 투입 기회를 엿보는 것이 아닌 지 우려스럽다”며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간다면 당당히 저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회는 “만약 이것이 한진 자본의 자작극이라면 향후 투쟁에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한진 자본에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