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는 오너 일가가 경영실패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려는 전형적인 사례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월10일 금속노조와 야4당 주최로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쟁점과 대안 긴급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건설 등 무리한 경영확장과 생산성조차 계산하지 못한 해외공장 건설이 불러온 결과”라며 한진중공업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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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철회를 촉구하며 서울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박향주 |
발제자로 참석한 송덕용 회계사와 허민영 부경대 교수는 “한진중공업이 주장하는 긴박한 경영상의 요건은 존재하지 않고 의도된 경영실패만 있을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송 회계사는 “지난해 9월 당시 한진중공업 조선부문의 영업이익률은 18.3%로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보다도 높은 수준”이었다며 “특히 한진중 전체 영업이익의 87%가 조선소에서 발생했는데 무엇때문에 근거도 없는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정리해고를 하려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송 회계사는 “회사는 영도조선소에 지난 3년간 수주물량이 없었다는 것만 계속 강조하지만 영도조선소 뿐 아니라 한진중 전체의 수주실적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 만드는 배에도 당연히 한진의 이름이 새겨진다”며 “수빅조선소 수주물량을 살펴볼 때 한진중공업의 작년 매출 대비 수주액 비율은 예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허 교수도 ‘수빅조선소’에 대해 언급하며 “임금은 국내의 10%수준이지만 수빅조선소의 생산성이 영도조선소의 30%에도 못 미쳐 결국 두 조선소간의 비용차이는 미비하다”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한진중공업의 수빅조선소 건설이 대규모 감원사태를 야기한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며 “STX조선이 한진중공업과 비슷한 투자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STX 조선은 2008년 중국 대련에 대규모 조선소를 준공한 바 있다. 허 교수는 “STX대련에서 선박 생산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경우 STX조선에도 고용 불안정이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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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10일 지회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동안 사측 관리자, 용역들이 나와 지켜보고 있다. 박향주 |
회사의 “높은 임금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지고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사업을 할 수 없어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대해 송 회계사는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은 이미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를 하고 있는데도 임금수준은 한진중보다 훨씬 높다”며 “사측의 논리대로라면 경쟁사들은 이미 망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송 회계사는 “심지어 회사는 건설부문의 사무직과 엔지니어를 포함해 산출한 급여를 마치 조선소 노동자들의 실제 임금인 것처럼 포장해 악선전을 해대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 회계사는 “건실한 영업이익에 비해 당기순이익과 영업 현금흐름이 취약한 것은 쉽게 말해 건설 등 자회사 투자와 수빅조선소 건설을 위해 회사가 무리하게 많은 돈을 빌렸기 때문”이라며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과 자회사의 손실이 영업이익을 위협할 정도로 크다”고 설명했다.
한진중공업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송 회계사는 “2007년 한진중공업이 분할되면서 한진중공업홀딩스가 현금은 많게 부채는 적게 가져갔다. 이 과정에서 자산과 부채의 균형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결국 회사는 경영 실패와 지배구조 전환 과정에서 나온 손실을 노동자에게 전가해 이를 고용 문제로 변질시키고 있는 것.
송 회계사는 “이런 부당한 정리해고가 현실화된다면 노동자들은 물론 지역사회마저 휘청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 교수 역시 “한진중공업의 대규모 정리해고는 부산경제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지역사회가 이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고 회사에 사회적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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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바닷바람보다 더 매섭네.”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지회조합원들이 마스크 등으로 추위를 막고 있다. 박향주 |
한편 나흘 째 상경투쟁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이 날 토론회에 참석하고 조남호 회장집 앞 1인 시위 등을 진행한 뒤 노숙농성중인 갈월동 본사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상경투쟁중인 금호타이어지회 해고자들과 본사 점거 18일째인 대우자동차판매지회,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이 찾아와 한진중 조합원들에게 힘을 줬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도 이 자리에 참석해 “여기에 쌍용자동차 해고자분들도 와 계시지만 우리는 이미 쌍용차사태를 통해 해고는 살인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절대 물러서지 마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문화공연, 조합원 발언 등으로 진행된 이 날 촛불문화제에 1996년 당시 해고됐다 8년 만에 복직한 한 조합원이 단상에 올라왔다. 그 조합원은 “후배조합원이 ‘형님, 저 진짜 살고 싶습니다’ 그러는데 선배로서 참 부끄러웠다”며 “우리 끝까지 싸워서 그 후배 살게 해주자”고 울면서 말해 집회장이 잠시 숙연해졌다.
사측은 여전히 강경하다. 회사는 희망퇴직 210명을 포함한 총 400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14일에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조합원 55명을 경찰에 고발하고 53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소송도 제기해 놓았다. 사측이 직장폐쇄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