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졸업의 계절. 하지만 20대 백수, 청년실업이라는 말이 일상화 되어 있는 캠퍼스에서 졸업은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이제 대학생이라는 그럴듯한 외피를 벗고 청년실업자라는 다소 서글픈 신세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이 시대 의 현실이기 때문이리라. 이렇게 취업난에 시달리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취업시장에서 눈길을 끄는 흥미로운 결과 하나. 그것은 바로 두산그룹 취업선호도가 2009년 15%에서 21%으로 꽤 많이 뛰어 올랐다는 점.
다른 재벌기업들은 전자와 자동차, 중공업 및 건설 등 기간산업에 투자하고 육성한 수출기업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두산그룹은 과거 OB맥주 시절부터 주로 소비자 산업, 특히 해외에서 코카콜라, 코닥 같은 브랜드를 들여와 손쉽게 팔아먹는 소비자본 성격이 강했다. 때문에 두산그룹은 젊은 층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기억하는 이도 있겠지만 91년 낙동강 페놀오염사건의 주역도 두산이다. 두산그룹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인식은 한국중공업을 인수하면서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를 위주로 하는 중공업기업으로 그룹의 주력을 변화시킬 때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이러한 두산그룹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변화되면서 급격히 높아진 취업선호도의 배경에는 몇 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는 두산그룹의 기업PR ‘사람이 미래다’ 캠페인이 큰 효과를 거두고 있음이 분명하다. 최근 ‘젊은 청년에게 두산이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테마로 실패, 신뢰, 위닝팀(winning team), 자신감, 기회 등 5편의 시리즈로 제작되어 신문과 TV에 집행되고 있다.
이번 기업PR캠페인에서 두산그룹은 “부끄러운 성공보다 좋은 실패를 택하겠다면 그 생각이 옳습니다”라든가 “지금처럼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라는 감각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리고 모델들도 유명 연예인 모델이 아니라 일반 대학생이나 실제 두산직원들을 모델로 활용하고 있어 더 진실돼 보이는 것도 사실. 마치 자신들이 대한민국 청년들의 든든한 후원자인양 구는 모습이 매우 기술적이고 세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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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학처분 무효화를 위해 중앙대 퇴학생과 두산중공업 해고자 복직투쟁위원회가 함께한 3보1배 실천단 |
하지만 두산그룹이 2008년 중앙대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는 상황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면 두산그룹 기업PR의 메시지가 얼마나 위선적인지를 알 수 있다. 18개 단과대학 77개 학과에서 10개 단과대학 40개 학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전교생이 취업을 위해 회계학을 필수적으로 듣도록 커리큘럼을 바꾸고 의생명공학, 금융공학, 디자인학부도 신설됐다. 이렇게 기업의 요구에 맞춰 ‘쓰임새 있는’ 인력을 공급하는 곳으로 대학을 변화시키고 있다. 더욱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대대적인 변화를 그 주체인 학생들의 의견을 묵살한 채 불도저식으로 밀어 붙이는 두산기업의 무식한 기업정신이다.
더 나아가 학내 공사장 크레인에 올라가 시위를 벌이며 자신들의 의견을 알리기 위해 ‘지금처럼 최선을 다하던’ 중앙대 학생들을 퇴학시키는 강수까지 둔 것. 이렇게 대학의 기본적인 윤리와 상식, 그리고 정의를 기업식 구조조정으로 밀어 붙이는 두산그룹이 ‘사람이 미래’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말 붙일 자격이나 있는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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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대 학생들의 크레인 농성 |
다행히 최근 법원에서 통합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인 중앙대학생들에 대한 퇴학 등 중징계가 원천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이런 소식의 기사는 두산그룹이 기업PR캠페인의 일환으로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 붇고 있는 조선 중앙 동아일보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참고로 두산그룹이 2010년 한 해 동안 광고비 명목으로 이들 신문사에 가져다 준 매체비는 21억에 달한다. 그리고 최근 2003년 두산중공업에서 분신한 배달호 열사의 평전 <인간의 꿈>이 출간되었다. 새로울 것도 없지만 역시나 이들 신문 어디에서도 이에 대한 서평은 찾아볼 수 없다.
김범우 / 어느 광고회사 노동자